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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당심 과잉대표" vs "민주주의 보완재" '문자폭탄' 與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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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층 '문자폭탄' 둘러싸고 與 설전

조응천 "문자폭탄 보내는 분들에게 자제 요구해야"

박주민 "문자폭탄도 민주주의…문제 있다면 설득·소통해야"

초선 54명 재보선 뒤 '반성문' 두고도 문자…'정치의 팬덤화' 우려도

전문가 "의원들 적극적 의견 개진으로 강성 지지층과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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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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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이른바 '문자폭탄'을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자폭탄은 특정 의원을 향해 비방·욕설 문자 등을 무더기로 전송하는 행위다.


일부 의원들은 이같은 문자폭탄이 정당 내 여러 의견을 묵살하고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과대대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민의를 대표하는 '선출 의원' 특성상 문자폭탄도 감내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전문가는 강성 지지층과 선출 의원 사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자폭탄 논란'의 첫 포문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조 의원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조 의원은 "(민주당 새 지도부는) 문자폭탄 보내는 분들에게 자제를 요구하시라"라며 "'당신들 때문에 지금 민심과 당심이 당신들로 대표되는 과잉 대표되는 당심, 이게 민심과 점점 더 대표되는 걸로 보여진다. 그러니까 자제해 줘라'라고 명시적으로 말씀해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실제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받은 문자폭탄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입니다, 축하합니다', '그쪽 일당들하고 다 같이 탈당하고 민주당 이름 더럽히지 말아라' 등 조롱성 발언이 대부분이다.


조 의원은 지난 1일에도 문자폭탄에 대한 당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우리 진영의 불공정을 드러내놓고 반성할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기어이 입을 다물게 했다"며 "당 지도부는 한술 더 떠서 미사여구로 우리의 불공정을 감추려 문자폭탄을 두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부는 열혈 권리당원들이 과잉 대표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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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민주당 의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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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 일각에서는 문자폭탄 또한 민주주의의 일부라는 취지로 반박이 나왔다. 선출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수많은 주관과의 대화"라며 "문자폭탄이라고 불리는 의사표현들과도 마주쳐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설득이나 소통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문자 행동"이라고 정정하며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감시와 행동을 받아야 하고, 국민들의 의사표시에 민감해야 한다. 문자 행동은 일종의 간접 민주주의의 보완재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라며 "문자 행동이 국회의원의 무지와 오판, 게으름을 일깨우는 죽비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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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문재인(왼쪽)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모습. / 사진=연합뉴스


문자폭탄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지난 2017년에도 문자폭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당내 경선 경쟁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이나 이른바 '18원 후원금'을 보낸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자폭탄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같은 행위가 이른바 '정치의 팬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중문화에서 팬들이 특정 아이돌의 팬클럽을 만들고, 라이벌 그룹에 대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처럼 정당 내에서도 유사한 문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덤화가 심화하면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차단하거나, 일부 집단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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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와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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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최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조국 비판' 반성문을 두고 문자폭탄이 빗발친 일이 있다. 앞서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 초선 의원 54명은 간담회를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분노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라며 당의 쇄신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성 지지층은 "조국이 뭘 잘못 했나", "당신들이 민주당을 떠나라" 등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문자폭탄 등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원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정 정당의 열성 지지층, 혹은 팬덤 정치 같은 문화는 한국 정치에서 언제나 있었던 일이다"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에도 열성 지지자들이 있었고, 당시 시대가 흐르면서 지지층의 문화가 문자 폭탄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기반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들어 '친문(親文) 순혈주의' 성격이 강해진 편이고, 이에 따라 소신파 의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의원 개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서 정당 내 강성 지지층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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