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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취하 '2% 부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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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커지자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고소 취하 긴급 결정

이렇게 쉽게 고소취하할 거라면…애초 제대로된 검토 없었나

향후 모욕죄 고소 가능성에 靑 "신중 결정"

모욕죄 처벌 비범죄화 추세에도 배치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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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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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자신을 비난해 모욕죄로 검찰에 넘겨진 30대 남성에 대해 고소를 취하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처벌의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취하될 고소였다면 애초 제대로된 검토 없이 섣부르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가 모욕죄 추가 고소 가능성을 열어놓은 대목도 부족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권력에 대한 모욕죄 처벌을 비범죄화하거나 자제하는 세계적 추세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 관련하여 처벌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고소 취하 이유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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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대통령 비판 전단 배포 시민에 대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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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취하 결정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의 지시로 회의 직후 바로 발표된 것이라고 한다. 2년 전 고소를 한 뒤 청와대도 챙기지 않고 있었다가, 이번에 논란이 되면서 고소를 취하하기로 급히 결정한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오늘 검토를 거쳐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며 "2년 동안 문 대통령 스스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고소를 제기한 당시와는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고소 취하 배경에 대해 원칙 없이 대통령의 의견이나 상황의 변화만을 제시한 것이서 추가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애초 고소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하여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고소 이유가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감내하겠다'고 했으니 결정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쉽게 달라질 결정이었다면, 고소 당시부터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을 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청와대 내 결정 과정 또한 법률적 검토와 제기될 수 있는 비판에 대해 간과한 것이란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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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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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청와대가 모욕죄에 대한 고소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 훼손하는 행위, 외교적 비화에 대해 사실관계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중한 판단'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앞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모욕죄 고소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여서 '표현의 자유 억압 우려' 지적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것이란 설명이다.

모욕죄 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어, 최소한 공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만큼은 비범죄화 추세다. 여권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명예훼손죄와 함께 비범죄화가 필요한 죄목으로 꾸준히 지적해왔다.

국제인권기구들도 여러차례 모욕죄에 대한 비범죄화를 권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도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대한 비범죄화를 권고한 바 있다.

참여연대 이지은 공익법센터 간사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판이나 비난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경계 짓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모욕죄 적용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공권력 비판에 대한 모욕죄 적용은 자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감내'만으로 죄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만큼, 국가의 모욕죄 처벌권 행사는 폐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모욕죄가 있는 남아있는 한 적용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모욕죄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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