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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조건부 이첩’ 논란, 입법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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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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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공소권 유보부 이첩’(조건부 이첩) 조항이 포함된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면서,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수처에 다시 이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그동안 “해괴망측한 논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해왔는데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 가운데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선 공수처가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다. 나머지 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기소는 검찰이 담당한다. 권한 분산과 상호 견제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기소권을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공수처법에 한번 이첩된 사건의 기소권을 누가 갖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의 내부 규칙은 다른 기관이 따라야 할 구속력이 없어 효력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에 ‘공소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담으면서, ‘(수사가 끝난 뒤) 이첩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 ‘(검찰 등이)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표현을 넣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선과 갈등을 없애려면 공수처법을 개정해 이첩 사건의 기소권자를 명문화해야 한다.

공수처의 수사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 대통령·국회의원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 70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공수처 규모는 너무 작다. 공수처법이 정한 검사 정원이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인데, 현재 공수처 검사는 13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선 공수처로 들어온 사건의 상당수를 검찰 등에 이첩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다른 수사기관 소속인 검사와 경찰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게 설립 취지에도 맞다.

공수처는 간난신고 끝에 일군 개혁의 성과물이다.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권한과 수사 역량 등을 두고 논란을 빚다, 자칫 신뢰를 잃고 표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합리적인 보완 입법을 통해 빈틈을 메워야 할 것이다. 검찰도 기득권을 지키려고 공수처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사지 않도록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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