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코로나19 집단면역은 없다”…의견 수정하는 세계 전문가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인도 경찰관이 3일(현지시간) 뭄바이의 코로나19 접종 센터에서 백신을 맞으러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백신 부족으로 인한 접종 중단을 알리며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큰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에서는 최근 백신 부족 상황으로 인해 지난 30일부터 3일간 백신 접종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뭄바이|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구 다수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없다는 미국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경고가 늘고 있다. 대유행 초기엔 백신만 나오면 집단면역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광범위한 믿음이 백신 접종률이 절반을 넘어선 미국에서조차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면역의 기준점을 넘어서는 일이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영원히 달성 불가능하다는 광범위한 의견 일치가 있다”고 보도했다.

■“변이가 집단면역 방정식 바꿔”

과학자들이 비관론으로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한 초반 접종률 목표를 60~70%로 잡았던 과학자들은 변이가 발견될 때마다 목표치를 계속 높여왔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인 B.1.1.7이 미국에서 발견됐을 때 학자들은 접종률 목표치를 80%로 높였다”고 전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지난 3월 “과학자들은 처음엔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인구의 60~7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유행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집단면역의 방정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사 특정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이 평균 90%에 이르러도 집단면역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지역별 백신 배포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 공중보건대 교수는 “미국 전체의 백신 접종률이 95%일지라도, 어느 한 작은 마을의 접종률이 70%라면 바이러스는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바이러스는 그 작은 마을을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부국들의 ‘백신 싹쓸이’로 대유행 길어질 수도

더 나아가 여행 제한이 풀리면 어느 한 국가의 집단면역 달성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로런 안셀 메이어스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링 컨소시엄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충분한 면역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주, 어느 한 도시 단위로도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대 생물통계학자인 나탈리 딘도 “세계에서 생기는 모든 변이 바이러스가 결국 미국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접종하지 않으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국들이 백신을 싹 쓸어가면서 빈국들에 돌아갈 백신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삼중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인도인 중에 완전히 접종받은 인구는 2% 미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 미만이다.

경향신문

왼쪽부터 고소득 국가·중상위소득 국가·중저소득 국가·저소득 국가·코백스가 확보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물량(자료:듀크대학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신 ‘부스터샷’ 주기적으로 맞아야 할 수도

네이처는 코로나19 백신 자체의 한계도 지적했다. 먼저 백신이 질병의 전염을 막아주는지가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증상이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까지 막아주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게다가 백신을 맞아도 면역 효과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백신(부스터 샷)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할 수도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거리두기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생의학 데이터를 전공한 드비르 아란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대 교수는 “백신은 방탄이 아니다”라며 “백신이 90%의 보호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백신을 맞기 전에 1명만 만났던 사람이 백신을 맞은 뒤에 10명을 만났다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똑같아져)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가능한 한 백신 접종률을 높여서 입원율과 사망률을 줄이는 것으로 현실적인 목표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화생물학자인 루스톰 안티아 에모리대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를 가벼운 감염 정도로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이 “집단면역 달성 어렵다”고 말한 이유는

[관련기사]코로나 백신이 ‘정상적 일상’ 돌려줄까?…“얼마나 갈지 아직 몰라”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