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쉽게 가려다 더 꼬인 청문회…野 "내로남불 전시회" 난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4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서다.

중앙일보

안경덕 고용노동부(왼쪽부터)·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 대상자들의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기대해왔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16일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하며 “직접 정책을 추진해 오던 전문가들을 장관으로 기용했다”고 했다. 유 실장은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인사”라고 했지만 실상은 청문회 통과를 의식한 개각이었다는 말이 파다했다.

실제 이날 청문회장에 선 5명 후보자들은 모두 관료나 전문가 출신이다. 정치인은 물론 야당이 비판해왔던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인사도 없다. 여권의 고위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기말 야당이 반대하는 임명 강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전제에 따라 인재를 찾다보니 결국 관료밖에 남지 않게 됐다”며 “특정 부처의 경우 최종 후보자에게 흠결이 발견돼 개각 대상에서 아예 빼버릴 정도로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자신했던 인사 검증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본인을 비롯해 가족과 관련된 각족 의혹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로남불 전시회”라고 비판할 정도로 의혹의 종류도 다양하다.

중앙일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선 이중국적인 두 딸이 받은 의료비 혜택,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제자의 논문 표절,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터져나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로 ‘관사 재테크’를 했다는 의혹과 자녀의 위장전입 시도, 차남의 실업급여 부정 수급 의혹에 휩싸였다. 배우자가 절도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영국에서 도자기를 세관 신고없이 ‘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해 국내에서 팔았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증여세 회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사기업에서 명절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럼에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 제기는 항상 있어왔던 일”이라며 “근거가 있는 것인지 묻지마 의혹인지는 청문회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야당이 무조건 반대 입장을 정해놓고 문재인 정부의 강행 임명된 장관 숫자를 늘리려는 결론을 내 놓고 청문회에 임하고 있다”며 각종 의혹을 청와대의 부실 검증이 아닌 야당의 정치공세 탓으로 돌렸다.

중앙일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상대적으로 ‘쉬운 개각’을 원했는데 스텝이 꼬인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명된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개각 때는 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지만, 임기말 검찰총장은 장관과는 인사 원칙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장관들을 일단 ‘무사통과’시킨 뒤 야당의 반대를 감수하고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검찰총장을 임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기현 신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수사 대상자이자 언제 피의자가 될지 모른다. 참으로 뻔뻔함의 극치”라며 지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입건돼 지난달 수원지검에서 서면 조사를 받았다.

중앙일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9명에 달한다.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지만 이미 역대 정부를 통틀어 최다 강행 임명 기록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