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포지션이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의 마음을 쥐락 펴락 할 수 있는 존재다.
투수의 마음을 한 없이 편하게 해줄 수 있다. 반대로 타자보다 더 머리를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포수의 임무 그 어딘가쯤에 프레이밍이 자리잡고 있다. 프레이밍이란 포수가 공을 잡는 작업을 뜻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최대한 스트랴이크에 가깝게 공을 잡아주는 것을 말한다.
박세혁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을 가장 많이 스트라이크 콜로 이끈 포수였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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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LG 감독은 "불펜에서 포수가 공을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기분이 달라진다. 마운드에서도 아슬아슬한 볼을 잘 잡아주면 더 신이 나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KIA 감독도 "투수 손에서 볼이 떠날 때 홈 플레이트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면 가운데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사실 이 부분은 티가 많이 안 나는 부분일 수 있는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포수는 투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코칭스태프 쪽에 얘기로는 밑에서 위로 잡는 캐칭 능력 중요하다고 한다. 항상 포수들의 디테일한 부분이 1인치 일 수도 있고 작은 차이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펼치는 마술이다. 볼로 들어 온 공을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이끌어내는 마술이다. 보는 이(심판)를 깜쪽같이 속여야 한다. 프레이밍을 잘 할 수록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마술의 세계로 이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투수를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투수가 보다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포수가 심판과 펼치는 작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알아봤다. 국내 포수들 중에서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는 누가 있을까.
기준은 공이 1개 빠진 존으로 들어온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어낸 비율을 따졌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이 보유하고 있는 AI기반 영상 자동 분석 시스템을 통해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의 스트라이크 콜 여부를 따져봤다.
대상은 각 팀 주전 포수로 한정했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선 가장 많은 공의 스트라이크 콜을 이끌어낸 포수는 두산 박세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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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혁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진 볼 902개 중 572개를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었다. 전체 투구의 63%였다.
비율로는 2위였지만 가장 많은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끈 포수는 박세혁이었다.
박세혁은 스트라이크 존 1개 뿐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난 공들까지 포함해 스트라이크 콜을 받은 비율은 11%로 1위를 차지했다.
두산 투수들이 유독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을 많이 던졌고 박세혁은 그 공을 부지런히 스트라이크 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박세혁은 "프레이밍은 일단 투수가 던지는공이 어떻게 오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 그날 심판이 많이 스트라이크선언을 하는 코스가 있다. 내가 너무나 많은 움직을 주면 심판들도 스트라이크 선언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서 뒤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내가 잡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볼이 오는데로 잡는데 위치에따라 당겨 잡아주고 뻗어 잡아주고 하는 건 운동할 때나 볼 잡을 때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낮은 볼 프레이밍은 블로킹이 안정이 되어야 좋은 플레이밍이 나온다"는 생각을 밝혔다.
롯데 포수 김준태(왼쪽)는 프레이밍으로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기록한 포수였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장 프레이밍을 잘한 포수는 롯데 김준태였다.
김준태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진 볼 708개 중 450개를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었다. 비율이 64%였다.
공 하나 빠진 존의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끈 비율로는 김준태가 가장 높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김준태가 지난해에 비해 프레이밍이 대단히 좋아졌다. 최현 코치가 칭찬을 정말 많이 할 정도로 프레이밍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투수들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의 주전 포수로서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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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강남도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였다.
유강남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어내는 비율이 63%로 박세혁과 같았다.
LG 투수들도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을 896개나 던졌는데 유강남은 이 중 563개를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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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도 프레이밍이 좋은 쪽에 속했다.
강민호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볼 686개 중 420개를 스트라이크 콜로 이끌어 61%의 성공률을 보였다.
현역 포수 가운데는 이들이 빅4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60%가 넘는 스트라이크 콜을 이끌었다.
현역 포수 중 최고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의외로 프레이밍에서는 큰 강점을 보이지 않았다. 공을 편안하게 잡아주는데는 능하지만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은 아주 빼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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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하나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 콜로 이끈 비율이 54%로 1위 김준태 보다 무려 10%가량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체 포수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하는 기록이다.
빅 4를 제외하면 최재훈(한화) 박동원(키움) 한승택(KIA)가 59%로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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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선수들로는 SSG 이재원(55%) KT 장성우(55%) 양의지(54%)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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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이 포수의 모든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레이밍을 잘 하는 포수가 투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투수 입장에선 빠졌다고 생각하는 볼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게 되면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카운트도 유리해지며 다음 공을 던지기도 편해진다.
양의지가 프레이밍에선 하위권에 쳐진 것 처럼 포수의 모든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포수로서 투수에게 도움을 준 비율을 나눠 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프레이밍은 포수의 전부는 아니지만 포수의 기본기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보다 많은 포수들이 기본에 충실할 때 투수들은 한층 더 힘을 받게 될 것이다.
butyou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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