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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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4ㆍ27 판문점 선언 3주년이지만, 청와대는 물론 정부 차원의 기념식은 없었다. 2019년 1주년 때 대대적 기념행사를 했던 것과는 달랐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이다. 이중 실현된 것은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6월 연락사무소를 공개적으로 폭파했다. 그해 9월엔 서해에서 공무원이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어떤 경우에도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을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21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북한과의 즉각적 대화를 촉구했다. NYT는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의 대북정책의 계승을 요구한 발언들이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보다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대화에 기초한 자신의 한반도 프로세스를 임기 후에도 이어가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목표가 임기 내 성과 창출에서 자신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시키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말이 되면 '외교ㆍ안보 정책이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지속될지'에 대해 주변국들이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미국이 새로운 대북 전략을 구축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대화 기조가 지속될 거란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ㆍ미 정상회담이 한ㆍ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의 목표가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 설정에 있음을 확인한 말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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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다만 “남북과 북ㆍ미 간에도 대화 복원과 협력의 물꼬가 트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궁극적 목표인 ‘비핵화’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은 임기 안에 북한 문제를 완전히 풀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최소한 정책적 연속성이라도 확실하게 한ㆍ미가 공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고위 인사도 “1년간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될 것도 안 되지만, 정책성 연속성을 갖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면 예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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