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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틀새 19% 폭락·도지는 '반토막'...영끌 2030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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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과세 강화 예고...터키는 거래 금지로 20억弗 손실

국내선 '은성수 경고' 등 영향 도지코인은 나흘새 '반토막'

당정, 2030 분노 의식...입장 정리 따라 시장 향방 갈릴 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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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이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악재에 휩싸이며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았다. 한국·미국 등 각국 정부가 잇따라 견제구를 날리면서 가뜩이나 거품론이 나오는 암호화폐 투자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의 규제 리스크가 걷히기 전까지는 암호화폐 시장도 안갯속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미국·터키 등에서 강경 대응 잇따라=우선 23일 국내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여진이 거셌다. 전날 은 위원장이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들까지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 후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개당 5,996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보다 12%나 폭락하더니 이날에도 4~5%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비트코인은 지난 21일 종가가 6,819만 8,000원이었지만 이날 장중 5,496만 4,000원까지 떨어져 불과 이틀 만에 1,323만 4,000원(19.4%) 폭락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리플은 22일 1,335원으로 18.35% 폭락한 데 이어 이날에도 오후 4시 현재 1,205원에 거래돼 9.7% 하락했다. 최근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를 넘어서기도 한 도지코인의 경우 22일 301원으로 22.42% 하락하더니 23일 238원으로 21%나 급락한 상태다. 도지코인은 ‘도지데이’로 알려진 20일을 앞둔 19일 513원까지 올랐지만 불과 나흘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해외보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뚝 떨어졌다. 2월 해외에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잠잠해 한국 가격이 해외보다 저렴한 ‘역(逆)김치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후 국내에도 광풍이 불며 최근까지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20%나 비싸기도 했지만 23일 급락했다. 은 위원장 발언 이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투매 행렬이 이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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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악재가 겹쳤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본이득세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관련 소식을 전하며 “미국 투자자들의 세금 관련 우려가 암호화폐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가 공식 금지된 터키에서는 최대 거래소 최고경영자(CEO)가 해외로 도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블룸버그는 22일 “이 때문에 토덱스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해온 수십만 명의 고객들이 투자 자산을 날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통신은 토덱스 폐쇄로 터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최대 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토덱스 이용자 가운데 39만 명가량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가상자산을 거래하거나 보유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정부 입장 정리가 가격 향방 가를 듯=향후 암호화폐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내만 놓고 보면 금융 당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민심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여당은 그런 당국에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으로 보는 은 위원장과 금융 당국의 태도부터 잘못됐다”며 “인정할 수 없으면 왜 특금법으로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또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 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왜 청년들이 주식·코인 등 금융시장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년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암호화폐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당국은 암호화폐를 투기로 보고 기획재정부는 수익에 과세하겠다고 한다. 투자자 보호는 못하겠으나 세금은 걷겠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당정의 입장 정리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가격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도 의견이 엇갈린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강조했던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1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에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개당 2만~3만 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4만 달러 후반대까지 내려간 가격이 다시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암호화폐가 가진 내재가치와 관련해 변한 것은 없다며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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