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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날 풀리면 바뀔까, 일단 ‘투고타저’로 시작... 돋보이는 토종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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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81경기 분석
전년에 비해 리그 타율·홈런·장타율 등 ↓
평균 자책점 ↓, 탈삼진↑
삼성 원태인 평균 자책점 1위
양현종·구창모 없어도 자책점 18명 중 8명이 토종
국내서 스프링캠프 치른 여파도
한국일보

삼성 원태인이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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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대 평균 자책점과 10승은 수준급 선발투수들의 잣대다. 프로야구 시즌 초반이어서 승수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3점대 이하 자책점을 가진 투수는 18명이나 된다. 지난 시즌 비슷한 시기보다 3명 늘어난 규모다. 이 중 8명이 토종 선발이며 자책점 1, 2위 또한 삼성 원태인, SSG 박종훈 등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리그 평균 타율, 홈런, 장타율 등은 줄었다. 타자를 제압한 국내 투수들의 분발로 2021시즌 KBO리그는 일단 투고타저(投高打低ㆍ투수가 타자보다 강세)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23일 KBO에 따르면 10개 구단이 개막 후 81경기를 치른 22일 현재 리그 타율은 0.257로, 지난해 비슷한 기간(82경기ㆍ0.275)에 비해 떨어졌다. 거포 상징인 경기당 홈런수는 ‘1.99→1.62개’로 줄었고, 장타율(0.423→0.379) 역시 전 시즌에 비해 낮아졌다.

반면 평균 탈삼진수는 경기당 14.62개로, 지난해(14.13)보다 약 0.5개 늘었고, 리그 평균 자책점(4.84→4.50)은 감소했다. 타자들이 큰 타구 없이 삼진만 더 당하며 투수들에게 농락당했다는 의미다.

2014년부터 KBO리그에서는 타고투저(打高投低ㆍ타자가 투수보다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2019년 공인구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지난해에는 타자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다시 타고투저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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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구가 지난 시즌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초반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여파로 요약된다. 추운 날씨 탓에 투수들의 몸 만들기가 어려워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타자들이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다.

실제 타자들은 제대로 훈련을 한 시즌에도 3∼4월보다 날이 더워지는 5월부터 힘을 써 타율을 1푼 이상 올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올해 캠프는 누구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타자들은 캠프 때부터 시작해 지금 대략 50~60타석 정도 소화했다. 이제 올라올 시간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 시즌은 수준급 국내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타자들 방망이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양현종(텍사스) 구창모(NC) 최채흥(삼성) 등 우수한 토종 투수들이 해외진출, 부상 등으로 리그에 합류하지 않았는데도, 평균 자책점 18위에 8명이 국내선수여서 전체 외국인 투수(20명)에 뒤지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 상위 10위 내에도 국내선수가 7명으로 외인보다 많다.

현재 평균 자책점이 가장 좋은 선수는 프로 3년차 원태인으로 1.00을 기록 중이다. 구속을 3㎞ 가량 높인데다, 변화구 제구가 좋아져 지난 3경기에서 18이닝 동안 삼진을 25개 잡아냈다.

원태인 외에도 김민우(한화) 이의리(KIA) 박세웅(롯데) 등 타고난 재능을 가진 신진급 선수들의 잠재력이 터지면서 기록 상위에 올라있다. 또 고우석(LG), 장재영ㆍ안우진(이상 키움) 등은 올 시즌 최고 구속 155㎞를 선보여 빅리그처럼 160㎞시대를 조만간 열 것이라는 기대도 일고 있다. 그간 KBO에는 07학번 세대인 김광현, 양현종 등의 뒤를 이을 특급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봉중근 KBSN 해설위원은 “올해 특급 신인 투수들이 많이 합류한 데다, 기존 신진급 투수들도 수준급으로 성장해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며 “날이 풀리면서 타자들 또한 과거처럼 활발한 타격을 할 것으로 보여, 투타간 맞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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