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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은 문명인 아냐"...식민지 출신 영국군 전사자, 무덤조차 차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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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전쟁묘지위원회 보고서 발간
최대 35만 유색인종 전사자, 추모 없어
한국일보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영국의 현충일 '영령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11월 8일, 스코틀랜드 스핀브리지에 있는 추모비에서 한 노병이 묵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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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영광을 위해 제1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전투에 참여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수십만 명의 식민지 출신 유색인종 군인들이 지금껏 추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만연했던 인종차별이 계속 이어진 건데, 영국 정부는 조만간 공식 사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연방전쟁묘지위원회(CWGC)는 아프리카 및 중동ㆍ아시아 출신 전사자들이 그동안 불평등한 대접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곧 발간할 예정이다. CWGC는 보고서에서 “1차 대전 시기 비유럽 전선에서 숨진 군인들에게 (추모)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가디언은 “전사한 모든 군인은 무덤 위에 비석을 설치하거나 실종자 추모비에 이름을 남겨야 하지만 백인과 달리 유색인종 전사자들은 공식적으로 기념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소 11만6,000만명, 많게는 35만명이 이런 차별대우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럽 전선 전사자에겐 개별 묘지 혜택이 주어진 반면 유색인종 전사자들은 기념관 서류에 등재되는 게 고작이었다. CGWC의 전신인 제국전쟁묘지위원회(IWGC)는 식민지 출신 전사자들을 매장할 묘역을 조성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은 당시 식민지 출신은 ‘문명 상태’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탓이다. CWGC 측이 입수한 1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23년의 한 기록을 보면 아프리카 서부 영국령 골드코스트 총독 FG 구기스버그는 “평범한 원주민은 비석을 이해하거나 (그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WGC에서 전사자 묘역 업무를 담당했던 아서 브라운도 “아마 200년, 혹은 300년이 지난 후 원주민들이 더 높은 문명단계에 도달했을 때나 (기념물을) 기뻐하게 될 것”이라며 차별을 당연시했다. 식민지 주민을 사지로 몰아 넣고도 정작 전쟁에서 승리한 뒤엔 ‘총을 든 야만인’ 쯤으로 취급한 셈이다.

CWGC는 “모든 결정이 편견과 선입견, 인종차별 등 제국주의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반성했다. 클레어 호튼 CWGC 국장은 “한 세기 전의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며 “과오를 사과하며 즉각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이르면 22일 하원에 출석해 정부 차원의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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