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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여권의 러시아 백신 도입론…의료계 “AZ 같은 혈전증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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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생산

혈전 부작용서 자유로울 수 없어

미국·유럽서는 사용허가 안 나

중앙일보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맞고 있다. 한국은 스푸트니크V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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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잇따라 이 백신의 공개 검증 주장을 펴더니 지난 2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새로운 백신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새롭게 조명받게 된 건 지난 2월 초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싯’에 “임상 3상 결과 91.6%의 백신 효과를 나타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면서다.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90% 이상의 효과를 가진 세계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임상 3상 백신 접종 그룹에서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1만9866명의 임상시험 참가자 중 4명이 사망했지만 “모두 백신과 관계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조롱받던 러시아 백신이 유럽의 구세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유럽권의 태도도 달라졌다. 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주지사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스푸트니크V를 승인할 경우 이 백신 250만 회분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관심을 보인다. 현재 이 백신은 세계 60여 개국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까지 700만 명이 접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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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V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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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위탁생산 계약도 맺은 상태라 상대적으로 물량 수급에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지엘라파와 그 자회사인 한국코러스는 이 백신을 5월부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할 예정이다. 휴온스글로벌도 이 백신 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논문 발표 직후만 해도 “효과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의 혈전증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다.

스푸트니크V 역시 AZ·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Z나 얀센도 임상 3상에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몇만 명 단위에서 찾을 수 없었던 문제가 100만 명, 1000만 명 이상 접종하다 보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질적으로 얀센과 AZ, 스푸트니크V는 희귀 혈전 문제를 어느 정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른 백신을 도저히 구하지 못하거나 당장 유행이 급격히 확산하면 당연히 이 백신도 사용해야겠지만 국민이 흔쾌히 접종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다른 백신을 못 구해 스푸트니크V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일단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하되 이후 안전성 평가와 접종은 신중하게 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의료계 일각에선 ‘확보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돈을 날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협상할 때 ‘EMA나 미 식품의약국 등에서 안전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 된다”며 “지금 확보 노력을 안 하고 있다가 나중에 EMA 등에서 승인이 나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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