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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주식 꺼지면 코인판, 코인 꺾이니 다시 증시로 U턴... 개미들의 아찔한 줄타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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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약세에 투자자예탁금 재차 늘어
저금리 속 대박 열차는 "주식 아님 코인"
한국일보

2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 시황판 앞에서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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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장세에서 증시 '큰손'으로 부상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주식과 코인 사이 아찔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지루한 횡보장을 이어가는 사이 비트코인 상승세에 올라타 '코인 광풍'을 주도했던 개인들은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목소리와 맞물려 가격 조정기에 들어서자,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턴해 실탄 쌓기에 나서고 있다.

주식과 코인 시장으로 양분된 '쩐의 전쟁'에서 아슬아슬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는 개인들은 이 과정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영끌 베팅'에 나선 개인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인 조정 오자... 주식 시장으로 유턴하는 개미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코스피에서 3조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개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금액(5,500억 원)의 6배에 가까운 규모를 이틀 만에 사들인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꺾이면서 코인으로 향했던 자금의 일부가 증시로 되돌아온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고점(8,073만 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와 이날 오후 4시 현재 6,500만 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는 사이 증시 대기자금은 불어났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14일(63조 원) 이후 서서히 늘어나더니 21일 현재 67조1,3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닷새 만에 약 4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가 3,200선을 돌파했던 지난 1월 말 사상 최대치인 70조까지 불어났던 투자자예탁금은 주가가 3,000선을 밑도는 등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11일 57조6,000억 원까지 줄었다.

실제 비트코인 조정이 본격화되자 가상화폐 거래소에 넣어놨던 자금을 주식계좌로 옮기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코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더 손해를 보기 전에 일단 자금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며 최근 가상화폐 광풍에 엄포를 놨다.

위험해도 고수익 좇아... 신용거래 재차 상승


개미들의 이 같은 줄타기 투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좇으려는 욕망과 무관치 않다. 저금리와 집값 폭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종잣돈을 굴려 어떻게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려는 조급함이 자산시장을 '투자'가 아닌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두 자산시장을 빠르게 오가는 개인들은 '빚투'와 '단타 투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만의 투자 철학 없이 '대박' 사례에만 현혹돼 '여유자금으로 장기간 투자한다'는 투자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증권사에서 빌려 실제 주식 투자로 이어지는 신용거래 융자의 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23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월 초 약 20조 원까지 떨어졌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최근 증시 상승세에 올라타 재차 규모가 늘고 있다. 신용 잔액은 이달에만 벌써 1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하루 상승폭에 제한이 없는 탓에 단타 투자는 코인시장에서 더 성행하고 있다. 지난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 1인당 월평균 거래 횟수는 약 126회로 나타났다. 휴일에도 장이 열리는 코인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네 차례 이상 가상화폐 '사고팔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우량주를 제외하면 주식과 코인 모두 기본적으로 고위험 자산이란 인식 자체가 요새 사라진 것 같다"며 "특히 실체가 불분명한 알트코인 등 일부 자산은 폭탄 돌리기와 다르지 않아 어느새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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