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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백신 다급한 정부, 스와프ㆍ추가구매ㆍ위탁생산 카드 다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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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악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가 백신 확보 총력전을 펼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백신 대란 탓에 코너에 몰린 정부가 돌파 수단으로 위탁생산에 스와프, 추가계약 등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구체적인 게 없어 희망 고문 아니냐는 불신이 커간다. 다급한 정부가 설익은 카드를 급하게 선공개한 후유증을 겪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8월 대량 위탁생산 가능성



최근 며칠 새 정부는 다양한 루트로 구체화하지 않은 백신 확보 전략을 공개하면서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기자단 대상 백브리핑(배경 설명회)에서 폭탄성 발표를 했다. 범정부 백신도입TF의 입에서 위탁생산 계약 얘기가 나온 것이다.

당시 백영하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국내 A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 중”이라며 8월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명과 백신 종류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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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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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계약 당사자 간 비밀 유지 서약을 이유로 기자단 질의에도 입을 닫아왔던 정부가 묻지 않았는데 먼저 계약이 진행 중인 건에 대해 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 팀장은 “국내 백신 생산 기반이 조금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추가로 설명한 것”이라며 “백신 수급과 관련해 추가로 진행되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고 여전히 가능성에 대한 추측만 난무하다. 한 증권사가 모더나가 한국에 자회사를 세워 백신을 위탁 생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놔 주목받았지만, 정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탁생산이 이뤄져도 사실상 물량 결정권을 쥐는 게 아닌 만큼 위탁생산이 곧 대규모 물량 확보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스와프 추진?…美는 “국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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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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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당국발로 백신 스와프 추진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식으로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하게 공급받은 뒤 향후 위탁 생산하거나 구매해 갚는 방식이 거론됐다. 현실화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같은 날 “알려드릴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확정된 내용을 선행해 말하면 혼선이 있기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그때 설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해외 지원과 관련해 외국을 도울 만큼 여유롭지 않다며 미국 먼저라는 입장을 밝혀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당한 물량 확보” 추가계약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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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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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들여오기로 한 백신 7900만명분 외에 추가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적극 공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아직 계약 확정이 안 돼 발표할 수 없지만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다. 19일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 또한 추가 공급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이자에 추가 구매를 조건으로 기존에 선 구매한 계약한 백신을 조기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고 계약하더라도 실제 국내 도입이 언제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계약한 물량조차 당초 예정했던 시기를 지나 도입이 밀리고 있어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 초기부터 현재까지 실태에 대한 진단을 갖고 정확한 전략으로 스마트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문제가 되면 ‘괜찮다’ ‘여유 있다’고 대응한 뒤 문제가 커지면 사과하기보단 급진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 병상을 1%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게 대표적”이라며 “백신을 선 구매하지 못한 후유증이 이어지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불신만 키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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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푸트니크V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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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가 줄곧 검토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도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추진단은 일단 22일 브리핑에서 “안전성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국외 허가승인 상황, 접종현황 등에 대해 자료 수집과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대통령 지시인 만큼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효능은 그렇다 치고 안전성에 대해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 “수급 논쟁 소모적, 두달 뒤 결과봐라”



김우주 교수는 “지난 2월 랜싯(국제 의학학술지)에 임상3상 결과가 실렸지만, 모수가 충분치 않아 의구심이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실제 접종한 이후의 안전성을 감시한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으로 문제가 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은 플랫폼(생산방식)을 쓰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김 교수는 “생각은 해볼 수 있지만 점검할 사항이 여러 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쓰는 백신인 만큼 얀센,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검토는 해야 하지만 선도입하고 기다릴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자에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최고위층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스푸트니크의 좋은 면만 보고 긍정적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손영래 반장은 22일 “미래 백신 수급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이고 생산적이지 않다”라며 “지금껏 제약사가 계약 위반으로 공급을 지연한 사례는 없다. 6월까지 1200만명에 1차 접종한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고 두 달 뒤 달성 여부를 보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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