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성윤, 수사자문단·심의위 신청… “불법출금 기소 외부평가 받겠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심의위의 한동훈-이재용 불기소 권고 무시해놓고

본인 수사 외압 의혹엔 “표적 수사 우려된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사실상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기소 타당성 여부에 대한 외부 인사들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 일정을 고려해 기소를 최대한 늦춰보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날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 (소집) 일정은 잡지 못했다”며 “조만간 일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성윤 검사장은 22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함과 동시에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고 했다. 이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 받겠다는 취지다. 다만 위원회 결정은 강제력은 없다. 이 지검장 체제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해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동훈 검사장 등에 대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견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기소를 강행하거나 수사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이성윤, 작년 이재용·한동훈 심의위 불기소 권고는 무시

이 지검장 측은 “이성윤 검사장은 그동안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및 검찰 조사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의혹’ 사건에 관하여,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안양지청에 정당하고 합리적인 지휘를 하였을 뿐 부당한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렸다”며 “무엇보다도 이성윤 검사장이 안양지청 수사에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이유, 그로 인한 이득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안양지청의 수사 경과, 이성윤 검사장의 업무일지에 기재된 내용, 당시 반부패강력부 간부들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의해 이성윤 검사장이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할 것인지 고심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보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황제 조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TV조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성윤 검사장이 안양지청의 특정 간부에게 전화하여 외압을 행사하였다는 수사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와 같은 보도내용은 출처를 알 수 없으나 수사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위 보도내용이 수사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고, 이는 편향된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 나머지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고 했다.

이 지검장 측은 “수사팀은 오로지 이성윤 검사장만을 표적삼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도 염려된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변호인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가지고 있는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원회를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법률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통해 이성윤 검사장이나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분명히 규명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추천 일정을 고려해 이 지검장 측이 최대한 시간을 끌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고 안건을 논의하는 기간 동안 검찰 기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이후 “전광석화처럼 차기 총장 추천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했던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날까지 한달이 넘도록 총장추천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군산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 (소집) 일정은 잡지 못했다”며 “조만간 일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검찰 기소 관련 추천위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인사 문제는 지금 진행 중이고 검증 과정에 있다. 특정인의 수사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심의위 신청?

그간 공수처에서 자신에 대한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이 지검장이 이제와서는 검찰 기소를 염두에 두고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지난 17일 수원지검 소환 조사를 받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의혹 전체에 대해서 공수처에서 철저하고도 균형있는 수사 및 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