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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복사 광풍]⑥상·하한폭 없이 365일 24시간 거래…브레이크 없는 '코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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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새 1000배 뛰는 암호화폐…비정상적 '과열'

24시간 출렁이는 큰 변동성이 '한탕주의' 부추겨

[편집자주]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거세다. 2017~2018년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가즈아 열풍'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코인에 투자금을 넣으면 넣은 만큼 돈이 복사된다고 해서 '돈복사'라고 불릴 정도다. ‘한탕’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투기열풍에 뛰어든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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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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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약속의 1시가 왔다. 햄버거 형아들(미국인) 구조만 믿는다."
"여기 500층에 사람 있어요! 구조대 언제 오나요."

새벽 1시, 암호화폐 시세를 24시간 중계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특정 암호화폐를 살지, 팔지 의견을 구한다. 자신이 투자한 암호화폐가 하락세에 있을 경우 마음은 더욱 초조해진다. 한국과 미국의 시간이 맞닿는 새벽. 코인 판 투자자들은 미국인들의 구조를 기다린다.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와 가격이 반등할 거라는 기대에 잠을 못 이룬다.

◇하루 새 1000배 뛰는 암호화폐…순식간에 휴지 조각 되기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들끓고 있다. 2017~2018년에 이은 과열 양상이다. 2019년 문 닫았던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오프라인 고객센터가 다시 열리고, 하루 거래 금액은 24조원을 넘었다. 코스피, 코스닥 거래 금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면 문닫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휴장'도 없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계속 거래가 된다.

주식처럼 상·하한폭 제한도 없고 장중 급등세에 따른 브레이크도 없다. 그야말로 멈추지 않는 '코인 투기 열차'다.

구조적으로 이렇다보니 단시간에 가격이 2~3배 넘게 올랐다가 다시 10분의 1로 줄어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며 시세표만 쳐다본다. 가격 제한 상·하한 폭이 없고 24시간 시세가 출렁이는 구조가 역설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코인' 사태는 암호화폐 투자 과열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일본 시바견 밈(Doge meme)의 영향을 받아 만들진 이 암호화폐는 개발자들조차 장난으로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근거 없는 낭설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주목하면서 가치가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만 6768% 이상(코인마켓캡 기준) 뛰어올랐다. 4월 20일에 가격이 치솟을 거라는 '도지데이'에 대한 풍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정작 도지데이 당일 도지코인은 20%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폭탄 돌리기로 끝났다.

지난 20일에는 거래사이트 상장 직후 1000배 넘는 상승 폭을 기록한 암호화폐도 등장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상장된 '아로와나토큰'(ARW)은 50원에 시작해 5만3800원까지 치솟았다. 하루도 되지 않아 1000배가 넘는 상승 폭(10만7500%)을 기록했다.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사인 한컴위드, 한컴금거래소, 한컴코드게이트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암호화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21일 한컴위드의 주가도 장중 한때 20%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작전 세력에 의한 가격 급등이 의심된다며 비정상적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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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세를 24시간 중계하는 인터넷 방송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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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출렁이는 '코인판', 2030세대 투기 부추겨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다. 위험 자산이라는 걸 인식하면서도 암호화폐 시장의 큰 변동 폭이 역설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한탕주의' 기대 심리를 부추긴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주된 세대는 20·30대 젊은 층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의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는 249만5289명이다. 그중 20·30대 신규 투자자는 158만4814명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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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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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정연씨(27)는 비트토렌트, 체인링크, 이더리움클래식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에 투자해 300만원을 벌기도 했지만 그대로 300만원을 잃기도 했다. 최씨는 "주식은 1000만원에 수익률 20%라고 하면 1200만원 정도가 되는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같은 돈을 넣었을 때 수익률이 400% 정도까지 뛰어 5000만원을 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총 수익률이 불안정하지만 가격 변동 폭이 큰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를 지속하게 된다는 얘기다.

인천 사는 직장인 송재호씨(34)는 한국산 암호화폐인 이른바 '김치코인'에 투자 중이다. 송씨는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등락 폭이 크고 상하한가가 없이 24시간 돌아가서 좋다"며 "떨어질 때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2030세대는 안 해본 것을 해보거나 배우는 게 나이 드신 분들에 비해 쉬워서 자기 자본을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주식은 장이 닫힌 시간에 악재가 터지면 다음 날 탈출도 못 하는데, 24시간 돌아가는 코인이 오히려 낫다. 자는 동안 얼마 이상 빠지면 자동으로 팔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7~2018년 비트코인을 학습한 2030세대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위해 24시간 변동성 높은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들이 지난 비트코인 광풍에서 지켜본 건 돈을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적은 돈으로도 크게 벌 수도 있다는 희망이다. 한탕에 돈을 거는 '베팅'의 심리다. 24시간 출렁이는 저점과 고점의 파고 사이에서 약속의 시간을 찾아 헤매는 풍경은 반복되고 있다.

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에 비이성적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고 '더 큰 바보 이론'(거품인 줄 알면서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투자자가 있다는 기대에 투자에 나서는 현상)이 적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라며 "유동성 과잉 공급으로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돼 있는데 비정상적 암호화폐에 절대 투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30세대가 좀 더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건 사실"이라며 "가격 변동성 때문에 뛰어드는 건데 위험성을 감내할 수 없는 투자자가 뛰어드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암호화폐로 통칭하는 디지털 가상자산 이슈들이 공식적인 시스템 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데, 가격 급락 위험 요소가 있어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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