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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오세훈 ‘재건축’으로 올리고, 정부 ‘신도시’로 누르고… 서울시 집값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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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기 신도시 3만호 공급”

공공 주도 공급 확대 나서

오세훈, 재건축 강력 추진 의지

시장 얼어붙을 가능성 적을 듯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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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정부는 “3기 신도시 3만호를 공급하겠다”며 공공 주도 공급 확대에 나섰다. 매수 심리가 자극된 시장에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강력 추진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이고 있는 이상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3만200가구를 풀 예정이며 이를 위한 세부 지침을 21일부터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7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인천 계양지구, 위례 신도시, 성남 복정지구 등 경기도 신도시 지구 여러 개 단지를 묶어 사전청약을 받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가구 중 절반가량인 1만40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 물량인 점이 눈에 띈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금융상품(수익공유형)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최대 70%까지 늘어나고 연 1.3% 고정금리 조건으로 대출까지 가능하다.

정부가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3기 신도시 청약을 앞당겨 받고 파격적인 금융 혜택까지 내건 데에는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를 미리 흡수해 ‘패닉바잉’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 청약 시점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해당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이 때문에 사전청약은 본 청약 전까지 매매 수요를 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실제 오 시장 당선 후 서울시 집값이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고, 30대의 ‘사자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를 가장 많이 한 연령대는 30대(1622건)로 전체의 36.1%를 차지했다. 지난 2월 35.9%로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한 것으로 3명 중 1명은 30대였던 셈이다. 40대(1227건), 50대(695건), 60대(276건), 20대 이하(203건), 70대 이상(50건)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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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 두번째)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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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오 시장이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점도 정부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서울시가 이날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의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 허가 구역으로 1년간 묶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가격 상승을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만 있을 거란 게 전문가 의견이다.

오 시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어렵게 대통령을 뵙게 됐는데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 후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3기 신도시 공급 자체는 맞는 방향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전 청약이기에 실물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서울 수요의 분산은 장기적으론 효과가 있겠지만 당장 매매 시장이나 전세 시장의 수요를 경감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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