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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소금에는 없지만 바다에는 있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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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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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냄새가 무슨 냄새일까? 항구에 가면 잡힌 생선들에서 나는 비린내가 많지만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도 민물과 다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바닷물에 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것이 소금이지만 소금 자체는 냄새가 없다. 그런데 바다의 냄새는 소금이 촉발시킨 냄새라고도 할 수 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소금으로 인한 높은 삼투압에 대항해 수분을 빼앗기지 않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한데, 그 방법이 몸안의 물에 저분자 물질을 충분히 간직하는 것이다. 생선에 산화트리메틸아민(TMAO), 홍어에 요소(urea), 해조류와 플랑크톤에 DMSP(유기화합물의 일종)가 대표적이다. 생선이 죽으면 산화트리메틸아민이 분해되면서 비린내가 나고, 홍어를 삭히면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어 강한 냄새가 난다. 그리고 해초나 플랑크톤이 죽으면 DMSP가 디메틸설파이드로 분해되면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디메틸설파이드다. 바다 생명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과 해초의 양이 워낙 많아 이들이 죽으면서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양이 무려 10억 톤이나 되기 때문에 바다 냄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바다 상공에서 에어로졸을 형성하여 비가 만들어지는 씨눈의 역할도 한다고 한다. 기후를 조작할 정도의 위력적인 양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디메틸설파이드의 냄새는커녕 그런 존재조차 잘 모른다. 옥수수 통조림을 막 땄을 때의 냄새, 김 또는 게에서 나는 핵심 냄새이기도 하다.

바닷새 등의 해양 생물들이 먹이를 찾을 때 이용하는 냄새이기도 하다. 해양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는 경우가 많은데 깨끗한 플라스틱 조각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광합성을 하는 각종 조류와 세균이 뒤덮이면 먹는데, 거기에 디메틸설파이드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멸치와 바닷새 같은 해양 생물이 먹이로 착각하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디메틸설파이드를 방출하는 박테리아가 가득 든 병을 열자 굶주린 새들이 벌떼처럼 날아들었다고 한다.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것은 모양이 아니라 냄새인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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