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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업이익 강소기업] (23) 쿠콘, 맞춤 식단처럼…금융사에 데이터 정기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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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요즘 뜨는 핀테크 서비스는 고객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네이버페이는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뱅크샐러드는 대출 한도와 금리 조회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대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여기서 질문. 이런 빅데이터는 어디서 가져오고 어떻게 취합하는 걸까. 이를 가능케 하는 빅데이터 제공, 가공 회사가 바로 ‘쿠콘’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국내 500여개 기관, 5만여 비즈니스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금융사,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

“그런 빅데이터가 돈이 될까?” 싶지만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잘 벌고 있었다. 쿠콘의 개별 기준 매출액은 2018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49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억원에서 110억원으로 증가폭이 더 크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이 22.3%다. 최근에는 상장을 추진한다.

매경이코노미

김종현 쿠콘 대표(위). 쿠콘은 국내 500여 기관, 해외 2000여 기관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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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콘 어떤 회사

▷1600여 데이터 고객 확보

쿠콘의 역사는 꽤 길다. 2006년 12월에 설립, 올해로 15년 차 기업이다. 상장사 웹케시의 자회사로 금융사와 공공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력이 발군이다. 데이터를 모아 사용하기 쉽게 가공해 제공하는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회사라고 보면 된다. 이미 각 금융사는 고유의 데이터를 모으고 또 관리하고 있을 텐데 외부 데이터가 또 필요할까? 금융 환경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면서 점차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디지털 트렌드에 발맞춰 신규 금융 상품을 만들거나 여러 회사의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금융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다.

최근 오픈뱅킹 제도가 실행되면서 하나의 은행 앱만 가입해도 다른 은행에 있는 본인 계좌를 실시간으로 조회해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일련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런 수집을 자체적으로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애초 쿠콘은 여러 금융사, 일반 회사를 고객으로 둔 덕에 각종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다. 따라서 금융사는 그냥 쿠콘에 데이터 요청을 하는 게 훨씬 간편하다.

쿠콘 관계자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네이버, 카카오페이, 토스, 삼성전자 등 1600여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경이코노미

▶영업이익률 높은 이유

▷오랜 업력 덕에 비용은 낮고 효율 높아

아무리 쿠콘의 데이터 수집 능력이 발군이라 해도 이를 바탕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결국 쿠콘이 모아온 데이터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고객사가 지갑을 열 테다.

쿠콘 관계자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 국세청, 4대 보험 기관은 물론 오픈마켓, 배달 앱 등 유통&물류 회사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갖췄다. 해외 40여개 국, 2000여개 금융사의 데이터도 수집한다. 이런 기술력과 정보력은 국내에서는 쿠콘이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기꺼이 돈을 내고 데이터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우리카드가 개인자산 종합조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쿠콘이 수집해온 개인자산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설계를 하는 식이다.

15년이라는 업력도 무시 못한다. 그만큼 데이터를 쌓고 관리한 기간이 길다는 말이다. 데이터 수집은 사업 초반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지만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그때부터는 자동으로 회사가 돌아가며 이익이 쌓이는 구조다.

쿠콘 관계자는 “쿠콘 매출은 도입비와 수수료로 구성된다. 사업 초창기에는 비용이 많이 나갔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수수료가 차지하고 있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존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과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고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선순환 성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높은 이익률의 비결로는 데이터 표준화를 꼽을 수 있다. 고객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쿠콘은 수집하고 연결한 데이터를 자사 플랫폼 ‘쿠콘닷넷’을 통해 API(잠깐용어 참조) 형태로 제공한다. API 형태로 데이터를 유통하면 데이터를 자동차 부품 갈아 끼우듯 별다른 고민 없이 상품 설계 시 바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쿠콘 관계자는 “개인, 기업, 글로벌 등 200여개 API 형태 상품을 쿠콘닷넷을 통해 제공한다.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조회용 데이터 서비스 부문과 결제, 송금 등을 위한 페이먼트 서비스 부문 수요가 뜨겁다”고 말했다.

신사업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각되는 매력이다. 쿠콘은 올해 1월 1차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를 얻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각종 기관과 기업에 산재하는 신용 정보 등 개인이 본인 정보를 확인,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공인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목표 고객별로 마이데이터 제휴 서비스, 금융 오픈 API 제공, 수집 플랫폼 사업, 상품 정보 제공 서비스 등으로 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약점은 없나

▷정보 유출 위험에 상시 노출

예상치 못한 개인 정보 유출이나 사고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느 IT 업체와 마찬가지로 쿠콘의 리스크 요인이다. 쿠콘이 전자금융사업자로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보안 점검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항상 금융사, 기관과 데이터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자칫 관련 사고가 나면 쿠콘이 진행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개인신용정보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IT 인력 확보, 유지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는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 할 정도로 IT 전문 인력을 속속 스카우트하고 있다. 쿠콘이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력 관리, 보상 체계를 시장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언제든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최근 쿠콘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장을 통해 임직원 사기 증진은 물론 공모 자금 일부를 보안 인프라 확충에 투자함으로써 이런 위기 요인에 대처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잠깐용어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5호 (2021.04.21~2021.04.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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