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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SMC 110조·인텔 22조 투자하는데…삼성 '속도'가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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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K반도체 ⑥ ◆

매일경제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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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4·3·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을 진행하며 동시에 양산도 노리고 있지만 공장 증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함께 5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 중인 '유이한' 업체로 업계 1위인 TSMC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공장 증설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3나노 반도체 기지로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사업부에서 17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상세 투자계획을 완성해 놓고도 '결재'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거의 매주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증설이 곧 발표된다'는 루머가 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전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각 부문장이 참석하는 경영위원회에서 오스틴 공장 증설안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머뭇거리는 사이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TSMC와 소니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는 삼성전자를 찍어 누르기 위해, 인텔과 난야 등 후발 주자는 각각 파운드리와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일본 소니그룹은 일본 나가사키 공장에서 이미지센서 양산을 늘리며 삼성전자의 추격을 견제하고 나섰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입해 나가사키에 추가로 지은 공장에서 6월부터 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양산을 시작한다. 이 공장은 기존 공장 인근에 건설됐고 건물 5동으로 구성됐다. 제품을 제조하는 클린룸은 1만㎡ 수준이다. 소니가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 것은 14년 만이다.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분야(팹리스)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제품이다.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뿐 아니라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로봇 등에 핵심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45.1%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19.9%로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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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40%대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 중인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강력한 해외 추격자가 등장했다. 21일 연합보를 비롯한 대만 언론에 따르면 현지 메모리 기업 난야는 대만 북부 타이산 난린과학단지에 3000억대만달러(약 106억7000만달러, 11조9000억여 원)를 7년간 투자해 10나노급 D램 공장을 설립한다. 당장 올해부터 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10년간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파운드리 산업에서 삼성전자는 샌드위치 신세다. TSMC와의 격차는 확대되고 인텔이라는 강력한 후발 주자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를 경계하고 있는 TSMC는 올해에만 280억달러(약 31조원)를 설비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올 초 공언했다. 이달 초에는 다시 "3년간 1000억달러(약 11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판을 더 키웠다. TSMC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기업이다. TSMC는 36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등 미국에서만 5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공장 6곳을 추가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계획이 확정돼 올해 공사를 시작한다.

삼성전자 TSMC와 첨단공정 경쟁에서 패배를 선언했던 인텔도 파운드리 판에 복귀했다. 인텔은 2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짓는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부재 상태인 삼성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바이든 행정부 압박을 받고서도 오스틴 공장 증설 결단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투자 규모가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경기도 평택 P3 공장은 연내 착공 여부도 확정 짓지 못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특성상 과감하게 파격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존재가 필수"라며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에 대응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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