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행사 직후 일부 강성 권리당원들의 '문자 폭탄' 공격을 비판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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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표현의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나는 경우는 옳지 않다.”
열흘 넘게 이어오던 침묵을 깬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문자 폭탄’ 공격에 대해 한 말이다. 선거 참패 뒤 당 쇄신을 촉구했던 초선 의원들에게 수천통의 항의·욕설 문자를 보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강성 당원들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하지 말란다고 안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한다고 해도 거기에 크게 비중 두지 않고 크게 영향받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번호를)1000개쯤 차단하면 (항의 문자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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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일각 “아주 잘못된 판단…뭔데 막말하나”
이 지사의 발언에 일부 친문(親文) 진영에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친문 의원은 “이 지사가 아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욕하는 사람이 극소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너네 더 열심히 해’라고 하는 당원에게 ‘너희들은 강성이야,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건 감정싸움을 하자는 것”이란 논리였다.
21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항의가 이어졌다. 한 당원은 이 지사를 향해 “당원들을 폭력적이라고 표현하시다니 찔리는 게 많으신가”라며 “제발 탈당하라”고 적었다. 게시판엔 “자기가 뭔데 문파(文波·친문 지지자)를 1000명 차단하면 된다고 막말을 하는지 놀랍다”는 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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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문자 폭탄’에 “당 망치는 행위”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참석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당시 이 지사는 일부 당원들의 욕설문자에 대해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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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에도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17년 1월 이 지사는 당내 비문(非文)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가 쇄도하자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때리고 내쫓고 나가라고 하는 건,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했다.
다만 이 지사는 이후 4년 동안은 강성 권리당원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특히 ‘트위터 계정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2018년 말에도 이 지사는 자신의 결백함만 주장했을 뿐, 일부 반(反)이재명 성향 당원들의 탈당 요구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이 지사가 다시 ‘문자 폭탄’ 사태를 비판한 건 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민심과 유리된 강성 당원들의 주장만 바라보다간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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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명 당원 중 몇 명 되겠냐”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결국엔 당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그 후보를 중심으로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당 게시판에 글을 쓰는 극소수고, 꼬리도 아닌 깃털에 끌려가면 민심과의 괴리를 좁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80만 명이고 일반 당원은 300만 명이다. 그중 (강성 당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는 이 지사의 인식도 비슷하다.
이는 과거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11월 “권리당원 70만명 중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건 2000명 정도로 아주 극소수”라고 말했다. 이번에 이 지사가 언급한 강성 당원 규모는 절반가량인 1000명이다. 한 친(親)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이재명·이해찬은 당을 떠나라’고 소리치던 극성 당원들이 최근 급격히 줄었다”며 “영향력이 줄면서 우리 측 지지자들 사이에도 ‘대응하지 말고 무시하자’는 기류가 커졌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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