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67631502 0362021042167631502 02 0202001 society 6.3.1-RELEASE 36 한국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18986600000

누명 벗은 박상하 "절에서 대인기피증 치유… 떳떳한 아빠 되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2월까지 삼성화재 센터로 뛰다 학폭 논란에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 KOVO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베테랑 센터' 박상하(35)에게 2월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스포츠계 학교 폭력(학폭) 피해자들의 폭로가 줄을 잇던 가운데 “중학교 시절 박상하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동창생 김모씨 주장의 파장이 커지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이 글엔 박상하가 김씨를 감금한 뒤 14시간 동안 집단 폭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충격은 더 컸다.

박상하는 이 글이 게시된 지 사흘 만인 2월 22일 은퇴를 택했다. 학창시절 운동부 군기 문화에서 그리 자유롭진 못했던 데다, 베테랑으로서 구단과 동료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다. 당시 그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그는 “동창생 납치 및 감금 14시간 집단 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를 형사 고소했다. 사과할 건 사과하되, 거짓 폭로는 바로잡겠다는 의지였다.

아내 만삭 때 터진 폭로에 무너진 삶


잔혹한 학폭 피해 과정을 언급한 김씨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박상하에 대한 비판 수위는 급속도로 높아졌고, 본인과 구단은 물론 프로배구 판 전체가 흔들렸다. 특히 가족들의 고통이 컸다. 첫아이 출생이 다가오던 시점이라 충격은 더 컸다. 정상적인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반전의 결과는 20일 박상하 법률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대환을 통해 드러났다. 법률사무소 대환에 따르면 조사 결과 △김씨는 중학교 시절 박상하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김씨가 중학교 시절 당한 학폭 피해를 이슈화하기 위해 유명인인 박상하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며 △박상하에게 폭력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의 거짓 폭로 인정으로 누명을 벗은 박상하는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시즌 중이던 구단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구단을 나왔는데, 여론이 더 나빠져 가슴이 아팠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러면서 “25년 배구 인생이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끝나는 건가 싶어서 억울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2월까지 삼성화재 센터로 뛰다 학폭 논란에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 KOVO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인기피증에 절 다니면서 마음 다스려”


김씨 주장만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은퇴하자, 김씨가 언급한 내용을 상당부분 인정한 꼴이 된 것처럼 비춰진 게 박상하와 그의 가족에겐 더 큰 상처로 남았다. 가해자로 지목돼 여론재판을 먼저 받은 터라 박상하가 직접 김씨를 만나거나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는 “억울함을 말할 곳조차 없었다”고 했다.

은퇴 이후 정신과 상담을 통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란 진단까지 받았다는 박상하는 “부모님과 고향(충북 제천시)에 있는 사찰을 찾으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로 몇몇 후배들과도 연락했고, 후배들도 황당해하며 위로해줬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한 많은 현역 선수들이 운동부 내 학폭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건 인정하지만, 유명인을 겨냥한 거짓 폭로는 이번 일로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대환에 따르면 김씨는 이달 초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제천중 재학시절 학폭을 당한 사실이 있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유명인인 박상하의 이름을 엮어 언급했다”며 “박상하는 나에 대한 학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코트 복귀는 추후 고민… 떳떳한 아빠 되겠다”


배구계 관심은 누명을 벗은 박상하의 코트 복귀 여부에 쏠린다. 지난해 4월 삼성화재와 연봉 3억6,000만 원에 재계약했던 박상하는 은퇴 직전까지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력만 회복한다면 즉시전력 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은퇴 선수 신분인 그를 원하는 구단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박상하는 일단 “현역 복귀 여부는 이번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고민해볼 일”이라며 “아직은 다른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도 15일 태어난 아들에게 떳떳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그는 “만삭의 상태에서 마음고생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가 (가정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