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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스푸트니크V 뭐길래…“유럽도 모스크바로 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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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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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0일 러시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브이(V)’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11일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했다. 서구권 국가들이 아직 백신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때였다. 스푸트니크V는 옛 소련이 1957년 발사한 최초의 인공위성에 백신의 앞글자인 브이(V)를 붙여 이름 지었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스푸트니크V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가 마지막 3상 임상 시험을 마치지 않은 채 승인이 이뤄진 탓에,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최종 완성이 되기 전에 승인을 한 것으로, 서구권에서는 완전한 백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러시아는 일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이 백신의 접종에 나섰지만 이들조차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푸트니크V 승인을 직접 발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국가 원수’라는 이유로 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스푸트니크V의 3상 결과가 올해 2월 공개되면서 반전이 생겼다. 영국의 유명 의학잡지 <랜싯>을 통해 스푸트니크V의 효과가 공개됐는데, 예방 효과가 91.6%로 나타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았다. 스푸트니크V에 붙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19일에는 이 백신의 실제 접종 효능이 97.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를 2차례 모두 접종한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률을 분석한 결과 백신의 효능이 임상 단계 때 91.6%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올해 3월말까지 약 380만명이 스푸트니크V의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과 얀센 백신에서 혈전(혈액 응고)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스푸트니크V의 몸값은 더욱 오르고 있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 등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들이 선점한 상황에서 뒤늦게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백신 개발을 담당한 러시아 국부펀드(RDIF)는 한국과 중국, 아르헨티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CMO)을 맺고 공격적으로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벡터)로 한 방식이어서, 자칫 비슷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스푸트니크V의 혈전 부작용은 아직 정식으로 제기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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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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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푸트니크V는 벨라루스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헝가리,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멕시코, 파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이라크,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60여개 국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주로 아시아와 남미 등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외교 관계가 깊은 곳이 많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보인다. 미국은 자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자체 조달이 가능해 스푸트니크V 백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사실상 유럽연합의 행보가 한국에는 참고서가 될 수 있다. 다만, 유럽연합 여러 국가들은 러시아와 정치·군사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 백신 도입을 순수하게 과학적 관점에서만 결정할 수 없는 처지다.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살인 시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증강과 같은 문제들이 유럽의 러시아산 백신 도입을 주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지난달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헝가리나 슬로바키아는 이미 자체적인 검토 작업을 거쳐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했다. <비비시>(BBC)는 “유럽의 일부 지역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백신 도입에 좌절해 모스크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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