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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위안부 손배소 1·2차 상반된 판결…'국가면제·한일합의' 해석 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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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국가면제, 영원불변 가치 아냐" 2차 "국제관습법 인정돼"

한일 합의도 "개인배상 못해" vs "日의 피해회복 구제 성격"

뉴스1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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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지난 1월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1차 소송과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두 재판부의 엇갈린 판결을 비교해보니 국가면제 적용에서부터 2015년 박근혜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한일 위안부 합의)'의 의미에 대한 해석도 엇갈렸다.

◇승소 vs 패소…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의 엇갈린 결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지난 1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에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한 일본은 항소하지 않았고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날 민사합의15부는 국내법원이 외국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인 국가면제가 적용된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국가 면제에 대한 엇갈린 판단

1차 소송 재판부는 일본의 위안부 모집이 일본의 주권적 행위라고 하면서도 일본이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했다고 봐, 불법점령된 우리나라 내에서 자행된 불법행위에는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면제와 관련해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면제 이론이 영원불변한 가치가 아니고, 국제질서 변동에 따라 계속 수정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면제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고 함부로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라며 "절대규범을 위반해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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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3월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8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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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차 소송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끌려가 강제노역 피해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독일이 제소한 사건에 국가면제를 인정한 판례를 언급했다.

또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국제관습법상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점령된 국가의 영토 내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진 경우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약이 존재하긴 하지만, 현재 이 조약에 비준한 국가가 22곳에 불과해 국가면제 원칙인 국제관습법이 변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국제관습법이 외국의 주권행위에 대해서는 폭넓게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고 이 같은 국제관행이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봐 이번 소송에서도 국가면제가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판단도 엇갈려

1차 소송 재판부와 2차 소송 재판부는 국가면제 부분뿐 아니라 2015년 박근혜정부 때 일본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의미에 있어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1차 소송 재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1965년 양국이 체결한 청구권협정이 피해자들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소송이 일본과 미국 법원에서의 손해배상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피해자들에게는 최후의 권리구제 수단이기 때문에 국가면제가 더더욱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차 소송 재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회복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권리구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합의에 Δ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반성이 담겼고 Δ피해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정하고 Δ피해자 10명 중 4명이 화해치유재단에서 현금을 수령한 점을 들었다.

또 우리나라 정부가 최근까지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공식적 합의이고 재협상을 안 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합의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물론 이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광범위한 외교적 재량권을 갖고 있는 국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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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4.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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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하급심 판단들 속 상급법원 판단 주목

이 같은 판결에 피해자들 대리인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할머니들과 의논해 항소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차 소송에서는 승소한 사안이 뒤집혔기 때문에 피해자들 측에서는 항소를 해 고등법원에서 다시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소송은 일본의 무대응으로 승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2차 소송 결과에 대해 피해자 측이 항소를 한다면 2심인 서울고법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하기 때문에 상급법원인 서울고법이 1심에서 엇갈린 결론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법관정기인사로 구성원이 바뀐 1차 소송 재판부에서 최근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에 대한 추심을 할 수 없다고 확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승소한 금액의 강제집행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한일 사이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안부 합의 및 최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상당수 피해자가 그 기금에서 금원을 교부받은 점, 잔액이 일본에 반환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추심결정을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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