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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태현 반성 아니다, 법정 최고형 내려달라" 피해자 유족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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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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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이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김태현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은 전날 청원 게시판에 “김태현 살인 사건(노원 세 모녀 살해)의 피해자 유족으로서 가해자 김태현에 대한 엄벌을 통해 국민 안전과 사회정의가 보호받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피해자 어머니의 자매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저희 유족들은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이 무참히 희생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이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참혹한 심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청하기 위해 어렵게 청원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저희 동생은 어린 두 딸이 2살, 4살 되던 해에 남편을 여의고 이후 20여 년 동안 오로지 두 딸을 밝고 건강히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았다”며 “아빠의 부재가 삶에 흠이 될까 경제적 어려움이 그늘이 될까, 자신에겐 인색했으나 딸들은 부족함 없이 키우느라 온몸이 부서져라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본인은 물론 두 딸도, 동료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아름답게 살았다”며 “조카들은 모두 대학까지 진학해 본인들의 적성을 찾아 각각 동물병원과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며 자신들의 길을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 중 하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아름다운 삶이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의 손에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며 “가해자 김태현은 저의 조카를 3개월 넘게 스토킹했고, 사람 죽이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범행에 쓸 무기를 슈퍼에서 훔쳤으며 사람의 목 깊숙이 있는 경동맥을 정확히 찔러 결국 세 사람을 차례차례 살해했다”고 말했다.



"잔혹한 범행…엄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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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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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가해자 김태현은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의 시신 옆에서 이틀이나 태연하게 먹고 마시며 죽은 사람의 지문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카메라 앞에서 준비한 듯 마스크를 벗고 태연히 발언했던 김태현의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말을 부디 ‘반성’이라고 인정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또는 어떤 다른 그릇된 의도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태현의 위와 같은 행동과 태도는 진정한 반성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법정에서 가해자 김태현이 얼마나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살인자인지가 철저히 확인되고 인정되어야 한다”며 “그리하여 또 다른 제2, 제3의 범죄가 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행해진 죄에 합당한 엄벌이 선고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의 주검을 마주했을 동생과, 엄마와 동생이 무참히 살해된 장면을 목격했을 큰 조카를 떠올릴 때마다 이들이 겪었을 아픔, 절망감, 분노가 느껴져 바닥을 치고 가슴을 때리며 참담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동생과 조카들이 겪었을 고통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이렇게 국민 여러분께 글을 전하는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에 복귀하여 다시금 유사 범죄라도 저지른다면 피해자의 유족으로써 슬퍼하기만 하며 가만히 있었던 저희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가해자 김태현과 같은 잔인한 살인자는 죽는 날까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 한다”며 “분노를 함께해 온 국민 여러분의 공분과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대신하여 저희는 김태현이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받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모녀 관계인 피해자 3명의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전까지 피해자 중 큰딸을 지속해서 스토킹했으며 범행 이후 큰딸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정보를 훼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노원경찰서는 김씨에게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지난 9일 검찰로 송치되기 전 도봉경찰서 포토라인 앞에 선 김씨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며 “저로 인해 피해를 당한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 (어머니를)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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