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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하동 ‘기숙형 서당’ 폭력·학대 피해학생 44명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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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당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단원 김홍도의 작품. 최근 서당의 좋은 이미지를 악용해 학원 영업을 하는 서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 하동 서당에서 폭행·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동교육지원청·하동군청·하동경찰서 등 3개 기관은 20일 경남 하동군 서당에서 일어난 폭행·학대 사건 관련 합동 점검 결과를 내놨다. 앞서 이들 3개 기관은 숙식시설을 갖춘 학원인 서당이 몰려 있는 하동군 청암면의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3개 학교 전교생 145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일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관련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는 130명이 받았는데, 이 가운데 106명이 서당 6곳에 사는 학생이었다. 조사를 받지 않은 15명은 최근 서당을 떠나 집으로 돌아간 학생인데, 3개 기관은 이들 15명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서당에서 다른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학생은 병설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12명, 중학생 2명 등 15명이었다. 또 훈장 등 서당 관계자에 의한 아동학대는 조사대상 서당 6곳 가운데 4곳에서 확인됐는데,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학생은 29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13명은 반복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동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고,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심의를 거쳐 수사의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동군은 아동학대 사안 모두를 수사의뢰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피해자 상담과 가해자 교육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서당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동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 담당자는 “학생들의 기억에 의존해서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으나, 폭행·학대 사건은 대부분 지난해 일어났고, 올해 초 이 사안이 불거진 이후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은 학교와 서당에서 분리했다”고 말했다.

기숙형 학원인 서당은 인성·예절 교육을 중점적으로 한다고 내세우며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골 대안학교로 여기고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도 있지만, 학교폭력 관련 등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킨 학생도 서당에 온다. 최근 경남 하동의 서당에서 폭행·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자, 하동교육지원청·하동군청·하동경찰서 등 3개 기관이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해 합동점검을 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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