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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팩트체크] 한국보다 삼중수소 배출량 적어 日오염수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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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의원 "한국 원전이 삼중수소 더 배출" 주장

보관중인 것만 언급…제염없이 배출되거나 수십년간 추가생성될 量은 간과

더 위험한 세슘·스트론튬도 완전제거는 아니기에 면밀 검증 필요

연합뉴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2021.04.13 송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검토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일본 자민당 현직 의원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일본 자민당 외교부 회장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국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게 밝혀져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썼다.

사토 의원의 주장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원전 오염수 속 삼중수소량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일본이 우리 원전의 삼중수소를 문제 삼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일본의 주장대로 우리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량이 더 많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더는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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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日 보관중인 오염수 내 삼중수소 총 1천 T㏃, 30년 분산 배출시 연간 33.3 T㏃…작년 한국 원전서 배출한 삼중수소 210 T㏃

원자로를 냉각하는 냉각재로 중수(重水)를 사용하는 한국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중수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Deuterium)와 산소로 이뤄진 물로, 다른 물질의 중성자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냉각수로 많이 쓰인다.

원자로를 식히는 역할을 하는 중수가 다른 물질에서 중성자를 얻는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발생한다. 중수를 구성하는 원소인 중수소에 중성자 하나를 더한 물질이 바로 수소의 또 다른 동위원소인 삼중수소(Tritium)이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원전에서는 원자로 냉각수로 중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중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소량 배출된다"며 "다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준으로 정한 1만 ㏃/ℓ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한국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보다 적은 양이라는 일본 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일본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오염수 저장 탱크에는 총 125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고, 여기에는 총 1천 테라 베크렐(T㏃=1조 ㏃)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월성과 한울, 한빛, 새울, 고리 등 국내 5개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총 210.81 T㏃(기체 상태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제외)에 달했다.

이는 현재 저장탱크에 보관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 125만 톤에 포함된 삼중수소량보다는 적은 수치다. 단, 일본 정부가 약속대로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분산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후쿠시마원전발 연간 삼중수소 방출량은 33.3 T㏃로, 한국 원전의 연간 배출량보다 적게 된다.

◇일본이 밝힌 오염수 규모는 현재 보관중인 양…수십년후 원전폐로때까지 매일 추가 발생할 오염수도 감안해야

일본의 주장대로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1천 T㏃에 불과하고, 그것을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면 우리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량과 비교했을 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연간 삼중수소 해양방출 규모가 33.3 T㏃에 불과할 것이라는 일본 측 주장에 여러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오염수 정화설비를 거치지 않은 채 바다로 바로 흘러 들어간 오염수가 분명히 존재하고, 녹아내린 원자로내 핵연료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년이 더 걸릴 원전 폐로 때까지 매일 일정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량은 이미 배출된 오염수 속 삼중수소량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며 "이미 빠져 나간 삼중수소량이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은 객관적이지 않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전량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빗물과 원자로 밑을 흐르는 지하수에 의해 일부 오염수는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식으로 누출되는 오염수까지 감안한다면 삼중수소 실제 방출량은 일본 정부 발표치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폐로때까지 오염수는 계속 생성될 것이기에 현재 원전부지내 탱크속에 저장한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 뿐 아니라 향후 추가 발생할 오염수의 삼중수소도 감안해야 한다.

김윤우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 과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10년간 1천 T㏃의 삼중수소가 발생했다는 것은 앞으로 30년간 3천 T㏃의 삼중수소가 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오염된 지하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2014년 하루 470톤의 오염수가 발생했고, 2018년 170톤으로 줄어들었다가 현재는 약 140톤의 오염수가 매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중수소보다 세슘·스트론튬 우려 더 크다는 지적도…'기준이하'라지만 투명한 정보공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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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해수방사능 분석결과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해수방사능 분석결과를 일반인이 쉽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보공개 강화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1.4.14 kimsdoo@yna.co.kr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발표에 입각한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와, 한국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모두 수치상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WHO는 음용수의 삼중수소 기준을 1만 ㏃/ℓ 이하로 삼고 있는데, 한국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4천 ㏃/ℓ 수준이고, 일본 측 설명대로라면 방류될 후쿠시마 오염수도 WHO 기준치를 밑도는 양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여론의 관심은 삼중수소에 쏠려있지만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발 오염수를 정화해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세슘과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삼중수소보다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세슘과 스트론튬은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각각 30년과 51년으로 삼중수소의 반감기 12.3년보다 훨씬 길다. 더구나 삼중수소의 방사선은 피부를 뚫지는 못해 외부 피폭이 없는 베타선인 반면, 세슘과 스트론튬의 방사선은 피부를 뚫는 감마선이어서 위험도가 최고 수준인 방사성 물질로 분류된다.

서균렬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슘과 스트론튬 등 훨씬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화장치인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지지 않는 이런 방사성 물질이 삼중수소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장비인 알프스를 활용,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62종)을 자국 규제 기준 미만으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슘 등의 일본 기준이 한국이나 WHO에 비해 관대한 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슘137의 경우 WHO 음용수 기준은 10 ㏃/ℓ이하인 반면, 일본 현행법상 안전기준은 이보다 9배 높은 90 ㏃/ℓ로 설정돼 있다. 한국 규제 기준인 50 ㏃/ℓ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높다.

또 스트론튬90도 WHO와 한국이 각각 10 ㏃/ℓ와 20 ㏃/ℓ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일본은 30 ㏃/ℓ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하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에 의한 2차 처리까지 마친 오염수를 해양방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2차례 오염수 처리과정을 거치면 세슘137은 0.185 ㏃/ℓ, 스트론튬90은 0.0357 ㏃/ℓ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지만 실제 방출될 오염수를 대상으로 명확한 측정 결과 공개 및 국제사회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규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에 한번 정화했을 땐 국제적 기준치를 상회하는 세슘과 스트론튬이 검출됐지만, 일부 샘플을 한 번 더 정화했더니 기준치 이하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현재 한차례 정화한 뒤 저장해놓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한 차례 더 걸러 2년 후에 배출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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