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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KDI "공기업 부채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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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때문”

세계일보

우리나라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KDI 포커스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추정한 2017년 기준 한국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3.5%였다. 이는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추정치가 존재하는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많고, 평균(12.8%)의 2배에 육박한다. 노르웨이는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WB)의 공식자료를 통해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9년 기준 GDP의 20.6%로 일본(15.8%), 캐나다(9.1%), 호주(8.9%), 영국(1.3%), 멕시코(8.7%), 콜롬비아(8.8%), 포르투갈(3.3%) 등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축통화국인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자료가 존재하는 그 어떤 나라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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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부채 추정치도 마찬가지로 2019년 기준 한국이 GDP의 62.7%로 일본(47.7%), 캐나다(28.6%), 호주(26.3%), 영국(18.7%) 멕시코(1.9%) 등 다른 OECD 회원국보다 많았고, 격차도 컸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부채의 50% 이상을 공사채 발행으로 일으켰는데, 이는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때문으로 분석됐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 등 거의 모든 공기업이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 자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국채의 신용등급과 동일한 국제신용등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고, 정부는 재무적으로 무리한 정책사업도 공기업에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중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공사채 채무의 국가보증채무 산입 및 위험연동 보증수수료 부과를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사채는 국가가 실질적으로 보증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국가보증채무에서 제외돼 있다. 국회 동의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시적으로 보증하는 공사채는 국가보증채무로 분류돼 ‘국가보증채무 관리규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관리된다. 따라서 국회 동의 과정에서 타당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을 위해 빚을 지는 행위가 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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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 자본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기업이 갑자기 파산하면 공적서비스 제공이 중단되고 국가 전체의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데, 이는 민간의 대형은행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받는 것처럼 공기업에도 이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공기업에 자본규제를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채권자 손실분담형(베일인) 채권을 공기업 부문에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베일인 채권 또는 조건부자본증권으로 알려져 있는 이 채권은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과 같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기관의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면 해당 채권이 그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된다. 발행기관의 자본비율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면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돼 자본비율이 다시 반등하는 자동 안정화 기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손실을 일부 부담하므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의 규율을 회복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공기업은 이런 베일인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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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제시한 제도들이 마련되면 향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리한 정책사업이 할당되더라도 국회의 국가보증 심사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을 확충하고 공기업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합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악의 경우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므로 국민과 정부의 부담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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