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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서 또 총격 사망… FBI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 슬로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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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명령에도 이어지는 총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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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보안관들이 총격 사건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커노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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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 주말 사이 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6명이 숨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제 총 단속 명령까지 내렸지만, 범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정보당국이 ‘총격 생존 지침’까지 내놨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위스콘신주(州) 남동부 커노샤의 한 술집에서 누군가 권총을 쏴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커노샤 카운티 보안관실은 “술집을 떠나달라는 요구를 받은 한 고객이 잠시 후 돌아와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직 용의자는 잡히지 않았으며 경찰은 공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같은 날 오전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아파트에서도 총격 사건으로 남녀 3명이 사망했다. 용의자는 전직 형사인 흑인 남성 스티븐 니컬러스 브로데릭(41)으로 확인됐다. 브로데릭은 지난해 아동성폭력 사건으로 체포된 이후 옷을 벗었다. 경찰은 ‘가정 내 사건’이라고만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총기 폭력은 전염병”이라며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 통과를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총격으로 희생자가 나오자 미국사회는 낙담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8일엔 입법이 필요하지 않은 행정명령을 통해 ‘유령총(고스트건)’ 단속 방침을 내놓는 등 총기규제에 팔을 걷어 붙인 상태다.

지난달 16일 아시아계 6명이 사망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을 기점으로 미국에선 총격 범죄가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같은 달 22일에는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에선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가장 최근인 15일에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국제공항 인근의 물류업체 페덱스 시설에서 8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CNN방송은 “한 달 새 최소 45건의 총격 범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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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꽃을 두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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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라는 총격 대비 슬로건까지 만들었다. 우선 FBI는 총 소리를 듣는 순간 도망치라고 권고했다.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프 버틀러는 “(총소리가 들렸을 때) 제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최악의 행동”이라며 “1초, 단 1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달아나는 것이 어려우면 다음 행동 수칙은 몸을 숨기는 일이다. 식료품점이나 영화관, 학교 등에 갈 때 비상구를 확인해두는 것만큼이나 어디에 숨을 지를 계획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보안ㆍ비상사태 관리 업체 내비게이트360의 J.P 길보 최고경영자(CEO)는 “총기 범행 시간은 통상 3분 정도”라며 “그 안에 정확히 무엇을 할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여의치 않다면 최후 선택지는 싸우는 것이다. 다만 총을 쥔 사람과 정면 대치는 극히 위험하므로 마지막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CNN은 “이번 슬로건은 소방관들이 수십 년간 가르쳐온 ‘멈추고 누워서 굴러라’ 지침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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