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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백신 수급 불안에 기모란 방역기획관 논란까지… 고심 깊은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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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백신도입 오판한 장본인”

野 “정치방역 의도”… 옥상옥 우려

靑 “백신 아닌 방역 담당” 입장

세계일보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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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첫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가운데 신설된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옥상옥’ 자리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백신 업무가 아닌 방역을 담당한다며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한 방송에서 “한국은 지금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백신이) 급하지 않다”며 “다른 나라가 예방 접종을 먼저 해 (역작용 등의)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과 야권에선 자질 의혹을 제기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18일 페이스북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면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백신에 대해 무책임한 말로 일관한 사람을 청와대에 입성시키는 건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코드·보은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기 기획관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정치방역’ 여론을 주도했다”며 “왜 방역을 교란했던 인사를 방역 핵심에 세우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힘을 빼고 정치방역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의료계 우려가 크다. 즉각 임명 철회하라”고 밝혔다.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또 하나의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백신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사회정책비서관은 백신 확보를 담당하고 방역기획관은 거리두기 정책, 진단검사 등 방역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옥상옥’ 논란과 관련해 코로나19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방역기획관을 신설한 것은 현재 보건복지부 쪽을 전담하고 있는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의 업무영역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정책비서관의 관리 영역을 분화해 방역을 더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형성해 이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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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의 61.73%가 최소 1차례, 57.4%가 2회차까지 모두 백신을 맞은 이스라엘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200명대로 줄었고, 하루 사망자 수도 10명을 밑돌고 있다. 이스라엘은 다만 실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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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이자 이어 모더나도 3차 접종 계획… 韓 수급 불안 심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백신을 기본 2차례 접종 이후 한 번 더 접종하는 ‘부스터 샷’을 검토한다고 밝히며 이미 안갯속인 한국의 백신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화이자 백신에 이어 모더나까지 3차 접종을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가 2분기에 모더나 계약 물량 2000만명분 중 일부를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아직 공급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부스터 샷’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백신 접종 시간표가 더 꼬이게 됐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기존보다 한 회 더 맞히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부스터 샷이란 면역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접종을 뜻한다. 대부분 백신은 2차례 접종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효과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추가 접종으로 백신 효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자체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6개월 후 예방효과가 91.3%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2차 접종 이후 예방효과가 95%인데 6개월 사이 4%가량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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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경산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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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케슬러 미국 보건복지부 코로나19 대응 수석과학담당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하원 코로나19 청문회에서 “백신 추가 도스(1회 접종분) 가능성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가을부터 모더나의 부스터 샷을 맞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3차 접종을 확정하면 한국 등 다른 국가에 대한 화이자·모더나 백신 수출 일정은 그만큼 뒤로 밀릴 확률이 높다.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을 확보하고 2분기에 629만7000회분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는데 미국 부스터 샷 결정으로 국내 공급 일정도 휘청이게 됐다. 모더나와 노바백스는 각각 2000만명분을 2분기부터 도입하기로 계약해둔 상태나 아직까지 구체적 공급 시간표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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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앉아 있다가 번호 순번에 따라 화이자 백신 접종 예진실로 들어가고 있다. 동작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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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 물량에 부스터 샷 물량까지 반영할지에 대해 방역 당국은 “내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전문가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배 반장은 “국내에서도 백신을 맞은 뒤 항체가 어느 정도 지속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외국 사례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의사결정이 변경될 필요가 있으면 전문가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듭 적극적인 백신 확보 노력을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필요한 시점에 백신 물량이 없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확보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필요한 물량에 대한 계약과 함께 부스터 샷에 대한 추가적인 계약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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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방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72명으로 확인됐다. 나흘 연속 600명대다. 최근 한 주(12∼18일)간 감염재생산지수는 1.1로 방역 당국은 당분간 확산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음식점·주점,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감염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지난 1월 초 2주간 다중이용시설 감염은 전체의 16%였으나 지난 2주간은 전체 감염의 54%를 차지했다. 빨라진 전파 속도에 역학조사는 미처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체 환자 중 기존 확진자 접촉 등으로 격리 대상인 인원의 발병 비율을 계산한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전주에 비해 이번주에 10%포인트 이상 떨어져 31%를 기록했다.

이현미·이도형·박유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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