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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뜨거운 한반도’ 대비할 열쇠, 울릉도·독도에 있다 [흔들리는 지구? 아름다운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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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생긴 해저화산으로 한국의 해양영토가 동해로 널리 확장하는 데 중요한 지정학적 중심지다. 울릉도는 250만년 전에서 5000년 전에, 독도는 460만년 전에서 250만년 전에 동해 울릉분지 내에서 일어난 ‘후배호분지(back-arc basin) 알칼리 열점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해저화산이다. 화산 형성 시기로 보면 독도가 울릉도보다 먼저 생겨나 형님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는 수면 위로 노출돼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규모의 안용복 해산, 이사부 해산, 심흥택 화산이 분포한다.

울릉도는 수심 2000m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해 해발 984m까지 솟은 큰 화산섬이다. 전체가 하나의 화산체로서 경사가 급한 것이 특징이다. 중앙에는 현재 나리분지의 원형이 되는 분화구(칼데라)가 있고, 그 안에 알봉이라는 또 하나의 화산이 있는 이중화산이다.

일반적으로 홀로세, 즉 지금부터 1만년 이내에 화산활동이 있으면 활화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울릉도 화산체는 잠시 활동을 멈춘 활화산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든 화산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마그마방이 울릉도 하부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손영관 경상대 교수 연구팀이 나리분지 화산재층 연구를 통해 1만9000년 전 이후 다섯 번의 크고 작은 화산 폭발이 있었고, 마지막 화산 폭발은 약 5000년 전에 일어났음을 밝혔다. 또한 2016년 안드레아스 피히트너 스위스 연방공대 교수 연구팀은 울릉도 하부 50㎞ 지하에서 폭 300㎞, 깊이 100㎞의 거대한 ‘지진파 저속도대’를 확인해 마그마방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백두산은 1000년 전에 초대형 폭발을 일으킨 전력이 있으며, 하부에 마그마방이 존재해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활화산이다. 울릉도와 제주도는 홀로세 기간에 대규모 화산활동이 거의 없는 화산체로 알려졌지만, 최근 지진파 연구들을 통해 지하에 저속도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진파 저속도대가 반드시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지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울릉도와 제주도 하부에 비정상적인 맨틀상승류가 존재하고, 강압용융작용에 의해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아 있는 상태이기에 앞으로 마그마 상태로 진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지진, 화산 등 대규모 자연 지질재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땅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지질 현상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발생 가능성 있는 지질재해를 높은 확률로 예측하는 일은 여전히 도전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최근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울릉도, 제주도 등 국내 화산섬 하부에 마그마가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들 화산섬에 대한 자세한 연구를 통해 화산 분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 아쉽게도 한국은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화산연구 선진국에 비해 연구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문인력과 연구 인프라도 취약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릉도는 국내 화산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최적의 시험대이자 연구현장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울릉도와 독도 지역의 화산연구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한반도 화산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비와 대응은 물론, 향후 남북 공동 백두산 화산연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이승렬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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