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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 봉쇄 '행동대장' 떠맡은 日… 보복 리스크도 안았다 [美·日 정상, 中 견제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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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스가 첫 정상회담
서로 이름 부르며 친근함 과시
日, 美편에 섰지만 후폭풍 거셀듯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 명시
中 대만 침공땐 전쟁 휘말릴수도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한목소리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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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요시!" "요시와 나는 점심을 하고 차를 마시며 개인적인 시간을 좀 가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시종일관 "요시"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미·일은 밀착을 과시할 때마다 두 나라 정상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왔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가 서로의 애칭을 격의 없이 불렀던 '론야스 시대'가 그 대표적 예다.

■"中 보복우려"…日외교 부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목적 자체를 중국 견제에 방점을 찍었다. 첫 대면 정상회담의 상대로 일본을 찍은 것 자체가 중국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요시"라는 그 애칭이 주는 대가가 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일 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점은 스가 정권이 성과로 내세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본이 아시아에서 대중 봉쇄망의 선봉에 서게 되면서 경제부문을 필두로 불필요한 부분까지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5월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역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대중국 견제 2탄으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크게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미국의 개입의지 재확인 △중국의 해상진출 견제와 대만 문제 명시 △신장웨이우얼 인권침해 문제 △북한 핵 및 납치 문제 협력 △미·중 간 인공지능(AI), 반도체공급망 등 협력 △도쿄올림픽 지지 등으로 볼 수 있다. 몇 가지 의제를 제외한 성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 견제다. 사전에 예고된 대로 중국의 경제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5세대(5G), AI, 양자컴퓨팅, 유전체학, 반도체공급망과 같은 분야에 공동투자한다는 방침도 재확인됐다. 이 가운데 52년 만에 미·일 양국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시됐다는 점은 주목할 포인트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굳이 '대만 문제'가 끼어들어간 것은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개입해 줄 테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이 일정 부분 군사적 역할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개최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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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서는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공짜점심 없는 법'이다. 성명에서 "일본은 동맹과 지역 안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케우치 유키오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아사히신문에 "스가 총리에게 각오가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나, 이번에 중국에 대한 의사표명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의 '보복조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대만 주변 정세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미·중 충돌에 일본이 말려들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이 매체에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규제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서 CVID 문구 빠져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스가 총리는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든 대량파괴무기 및 온갖 탄도미사일의 'CVID' 약속을 요구하기로 의견일치를 이뤘다"고 말했으나, 이후 공개된 공동성명에서는 CVID가 들어가지 않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만 사용됐다. CVI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말한다. 미국 측이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는 확정적 표현을 피하고 싶은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뺐다는 게 일본 총리관저 측의 설명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CVID에 거부감을 보인 바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부터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미국은 초미의 관심사인 도쿄올림픽에 대해선 다소 '미지근한 지지'를 표명했다. 성명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올여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안전, 안심 대회로 개최하기 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돼 있다. 선수단을 파견할 것인지, 개최 자체를 지지한다는 것인지 다소 불분명하다고 볼 수 있는 문구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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