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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직원은 식당 예약, 보좌관은 개 봤다…폼페이오 갑질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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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국무부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감찰관실 보고서가 나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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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예약, 식당 사전 답사, 반려견 산책 및 픽업, 친구 선물용 꽃·티셔츠 구매, 보석 대리 수령 뒤 관저로 배송….

마이크 폼페이오(58) 전 미국 국무장관 부부가 재직 당시 국무부 직원들을 사적인 업무에 수차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감찰관실(OIG)은 폼페이오 전 장관 가족이 집안일이나 개인 심부름을 직원에게 시키는 등 윤리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100건 넘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은 26쪽짜리 보고서에 자세히 담겼다.

이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한 보고서에 따르면, 폼페이오 부부의 ‘갑질’은 크게 사적인 용무 지시, 부처와 무관한 행사 동원, 개인용품 수령 등으로 분류됐다. 폼페이오 부부가 가족이나 친구와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예약을 지시한 사례만 최소 30차례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그때마다 미리 현장을 답사해야 했다고 한다. 또 부인인 수잔 폼페이오의 미용실 예약이나, 아픈 친구에게 보낼 꽃이나 선물용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 등도 업무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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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전 미 국무장관과 부인 수잔 폼페이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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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특히 ‘선임 보좌관’에게 사적인 용무를 지시한 사례가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 캔자스 전 하원의원을 지낼 때부터 참모 역할을 한 토니 포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수잔 폼페이오는 지인의 의대 지원 추천서를 써주는 일을 도와달라고 선임 보좌관에게 요청했다. 의대에 지원하는 해당 지인은 국무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특히 보고서엔 폼페이오 부부가 사적으로 초대하거나 초대받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국무부 비용으로 구매해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담겼다. OIG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 TV뉴스 앵커 및 평론가와 식사했던 자리를 예로 들며, 수잔 폼페이오가 손님용 선물로 견과류를 담는 금 그릇을 국무부 비용으로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무부 예산은 해외 귀빈 등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직원이 조언하면서 결국 이뤄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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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폼페이오(왼쪽)는 지인의 의대 지원 추천서 작성·검토, 미용실 예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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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가족의 반려견을 돌보는 일까지 직원에게 맡겨졌다. 보고서엔 2018~2019년 폼페이오 부부가 선임 보좌관에게 강아지를 집에서 위탁소로, 다시 위탁소에서 집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시켰다고 나와 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땐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외에도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잔 폼페이오의 지인에게 성탄 카드를 발송하기 위해 쉬는 날에도 일 해야 했다”며 “보석이나 청소 용품 같은 개인 물품을 대신 배송 받아 관저로 전달하는 일도 맡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OIG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 더는 국무부에서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을 권고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9년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시작됐지만, 폼페이오 전 장관이 조사를 거부하다가 지난해 12월쯤 응하면서 결과가 늦게 나왔다고 한다.



공화당 대권 주자 ‘위기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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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공화당 차기 대권주자로 꼽혀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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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계획하는 폼페이오 전 장관에게 이번 보고서가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자주 거론된다. 그동안 미 국무장관을 지낸 이들은 대권 후보군에 꼽히곤 했다. 최근 폼페이오가 폭스뉴스의 기고자로 나선 것 역시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이 많았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성명을 내고 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나와 부인은 세금을 잘못 쓰거나 규칙 또는 윤리적 규범을 어긴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 대해 “현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비방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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