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코로나 마케팅’ 역풍…남양유업, 불매운동 재점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증 안 된 ‘불가리스 효과’ 발표

소비자들 “비양심” 질타 잇따라

식약처, 2개월간 영업정지 권고

불가리스 공장 가동 중단될 수도

[경향신문]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고 발표한 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사측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남양유업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커져 8년 전 ‘대리점 갑질’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남양유업으로선 가뜩이나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약 논란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마당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들을 종합하면, 소비자들은 이번 남양유업의 행태를 코로나19 사태 속 불안심리를 이용한 상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이런 비양심 기업 것(제품)은 안 먹는 게 상책이다” “(남양유업이) 불매할 일들만 만들고 있다”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남양유업 불매’에 해시태그(#)를 붙여 제품 불매운동 동참 의지를 보이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불가리스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의 합성 사진도 공유되고 있다. 앞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날 질병관리청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지만, 일부 편의점과 마트 등지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됐고 남양유업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해 관할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당장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남양유업은 “인체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으로 효과를 단정지을 수 없음에도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사과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배경에는 남양유업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자리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대리점 갑질’ 논란이 터진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엔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지속적으로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며, 홍원식 회장이 직접 비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리점 갑질 사건 후 불매운동에 나선 소비자들이 ‘남양’이란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남양유업 제품 찾기 운동까지 하던 와중에 터졌다. 결국 “남양이 남양한다” “더 철저히 불매해줄게”라는 누리꾼들의 말에서 드러나듯 남양유업의 ‘코로나 마케팅’은 현재 진행 중인 불매운동을 연장시킨 모양새가 됐다. 소비자들의 곱잖은 시선은 회사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 매출은 대리점 갑질 사태 전인 2012년 1조3650억원에서 지난해 9489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매일유업이 지난해 매출 1조6461억원으로 전년보다 36.4%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일유업은 2012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남양유업에 뒤졌으나 지난해엔 모두 남양유업을 앞질렀다. 남양유업 주가는 2012년 말 94만2000원에서 32만6500원(16일 기준)으로 65.3%나 하락했다. 장기 주가 하락을 놓고도 최근 경영 전면에 배치된 홍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지분 증여·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나의 탄소발자국은 얼마?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