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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 집밥'에 웃은 K푸드 기업, R&D는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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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대비 R&D 비율 1% 넘긴 주요 식품기업 4곳뿐…CJ제일제당 R&D 비용 1000억 넘어 압도적…풀무원·샘표식품 '투자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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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집밥’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 호조를 보인 국내 식품기업들이 정작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K푸드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R&D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식품기업 9곳 중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1%대 이상 기록한 곳은 CJ제일제당(1.06%), 농심(1.00%), 샘표식품(3.50%), 풀무원(1.43%) 등 단 4곳에 그쳤다.

더욱이 1%대를 넘겼더라도 이들 기업의 매출 대비 투자비중은 최근 10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비고 만두 돌풍을 일으키며 ‘K푸드’ 주역으로 활약, 사상 최고치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2010년 1.58%였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15년 1.36%, 2019년 1.12%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만 보면 2019년 816억 원에서 지난해 1169억 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신장률이 43%에 이르고 압도적인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라면서 "비비고 만두나 바이오 5개 품목이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것처럼 실제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매출, 연구개발비용 증가세의 선순환구조가 일어나면 비율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가까이 갈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라면 업계 1위 농심 역시 ‘깡’ 열풍과 코로나 집밥족 증가 수혜를 입으며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나, 매출 대비 R&D 비율은 전년(1.20%)과 비교해 소폭 감소한 1.0%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농심은 전체 매출의 1.10~1.20% 비중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오다 지난해 273억 원 투자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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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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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에 따른 신제품 출시도 뒷걸음질쳤다. 농심의 지난해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 △신라면 두부김치 △옥수수깡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 △감튀 레드칠리맛 △쿡탐 소한마리탕 등 총 9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2019년(23종)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한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율이 0.84%로 전년(0.86%) 대비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10년 전 0.30%과 비교할 경우 크게 오른 셈이다.

코로나 면역력 증진에 김치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수혜를 입은 대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하며 사상 최고치 매출을 경신했으나 매출 대비 R&D 비율은 0.82%로 전년(0.88%)과 비교해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0년(1.27%), 5년 전인 2015년(0.87%)과 비교해서도 꾸준히 축소돼 왔다.

동원F&B와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율은 각각 0.31%, 0.34%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0.04%포인트씩 감소했다. 오뚜기는 지난 10년간 매출 대비 R&D 비율이 줄곧 1% 미만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이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데다, 캐시카우가 든든한 회사들은 장수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매출을 유지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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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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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식품개발 투자 비율을 늘린 기업으로는 풀무원이 꼽혔다. 풀무원의 10년 전 매출 대비 R&D 비율은 0.81%였지만 2015년 0.99%에 이어 2019년 1%를 넘겼고 지난해 1.43%까지 치솟았다.

연구개발 실적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최근 북미 지역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두부 관련 제품부터 식물성 대체식품, 얄피만두를 앞세운 만두, ‘비건 라면’으로 최근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지를 돌파한 ‘정백홍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신제품이다.

샘표식품 역시 연구개발에 공들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샘표식품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율은 3.50%로 수치가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다. 샘표식품의 10년 전 매출 대비 R&D 비율은 1.65%였으나 2015년엔 4.60%로 뛰어오르며 3~5%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독자적인 요리 에센스 ‘연두’는 현재 미국, 스페인, 중국에 이어 영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K식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R&D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 교수는 “네슬레,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연구개발에 공들이는 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네슬레’가 탄생하려면 당연히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라면, 만두가 지난해 K푸드 돌풍의 주역일 수 있었던 건 우리만의 고유 특성을 잘 살린 음식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만의 독자성으로 글로벌 진출을 하지 않고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R&D 투자는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김혜지 기자(hey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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