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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김태현, 과거 동성도 스토킹…"신고하면 다 죽이겠다" 가족 이름 보내며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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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피글렛과 벌레 그리고 김태현, 살인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편에 등장한 김태현으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자. [사진=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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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노원구 세 모녀 살인범 김태현(24)이 과거 동성을 상대로도 스토킹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스토킹 범죄를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피글렛과 벌레 그리고 김태현- 살인자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김태현의 범행을 다룬 방송을 내보냈다.


김태현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지 열흘 만인 지난 9일 검찰 송치에 앞서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며 신상이 공개됐다. 이후 '그알' 제작진에겐 김태현에 관한 제보가 속속 도착했다.


과거 그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제보한 A씨는 "딱 이렇게만 말씀드리겠다. 김태현, 저 짓 한 것 한번이 아니다. 집착하고, 스토킹하는 게 처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19세였던 김태현은 중학교 1학년(당시 14세) A씨와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김태현은 A씨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고 대신 요금을 내주는 등 지나친 호의를 베풀었고 이는 곧 집착으로 바뀌었다.


김태현은 자신과의 약속을 거절한 A씨를 향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A씨에게 자해 사진, 칼 사진 등을 보내며 협박했다고 한다. 또한 집 앞에서 기다리다 죽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의 집착은 A씨가 군입대를 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A씨와 만나기 위해 A씨의 어머니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또한 A씨의 게임 계정을 빌려 달라고 한 뒤 게임 계정과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접속해 A씨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엿보고, A씨를 사칭해 지인들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김태현의 소름 끼치는 집착에도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김태현이 "신고하거나 누구에게 말하면 부모님과 가족을 다 죽이겠다"며 A씨의 가족 이름과 전화번호를 모두 A씨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스토커들은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본다. 통제가 안 될 때 극도의 흥분감이 올라오는데 이것은 상대를 향해 더욱 집요해지고 괴롭히고 협박하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단계가 지나가면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 소유물을 제거하는 것에 이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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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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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은 지난달 23일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그는 지난 9일 신상이 공개된 후 포토라인에 서서 "일단 제가 기자님들 질문 일일이 다 답변 못 드릴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바란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김씨는 '유족들에게 전할 말 없냐'는 질문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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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태현이 포토라인에 서서 선보인 태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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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문가는 "누구도 아닌 기자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한다는 것은 난 내가 준비한 것만 답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에 송치되는데 형사한테 팔 놔달라는 사람은 처음이다. 제3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듯 한다. 죄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주목받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 교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한데 이 사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또 오히려 무릎을 꿇거나 마스크를 벗으니 기자들이 당황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역시 난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황수미 인턴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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