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원희룡 “부겸이형, ‘대깨문’ 분노 정치 무너뜨려 달라”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 입문 도움받은 인연

“무대용 소품 되지 말기를”


한겨레

원희룡 제주지사. 공동취재사진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해 “‘대깨문’들의 분노 정치 좀 무너뜨려 달라”고 공개 촉구했다.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럴 자신도 없으면 인사청문회 전에 자리를 집어 던지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원 지사에게 정치 입문을 제의했고 두 사람은 2000년 16대 국회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나란히 입성했으며 이후 당적을 달리하면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원 지사는 18일 페이스북에 ‘원희룡이 총리 된다는 김부겸 후보자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내게 정치 입문도 설득하고 한때 무척이나 가까웠던 분이 국정혼돈이 심각한 상황에서 총리후보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크다. 형에 대한 우정을 담아 총리후보자에게 요청하려 한다”며 5가지를 부탁했다.

먼저 원 지사는 “정책 방향을 수정할 자신이 있느냐”며 “나는 후보자가 국민들의 분노를 희석시키는 쇼를 위한 분장용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행사기획에 따라 총리 자리에 앉혀진 무생물 무대 소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발 분노의 정치 좀 누그러뜨려 달라”며 “저는 후보자가,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는지 모르겠다.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이 바른 소리 할 때 왜 힘이 되어주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또 “대통령의 퇴임 후 걱정은 그만두자 하라”며 “검찰 수사 막는 것으로 모자라 나라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행태는 이제 그만두게 하라. 윤석열도 이제 ‘전 검찰총장’인데 중대범죄수사청 더 이상 추진하지 말게 하라”고 적었다. 아울러 “당정 협의 잘해서 원내대표하고 이야기 많이 하라. 원 구성 협상도 다시 하라고 말해 달라”며 “그 답 못 받으면 후보자는 ‘내가 총리 되면 협치와 포용한다’고 어디에다 이야기하지 마라”고 직격했다.

마지막으로 원 지사는 “이런 자신도 없으면 청문회 전에 자리 집어 던지라”며 “형이 이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원 지사 글 전문.



[원희룡이 총리 된다는 김부겸 후보자에게]

백신대란으로 국가가 위기이고 후임 총리 청문회와 인준 절차 시작도 안 했는데 총리는 떠나버리고 대행체제가 됐습니다. 그 대행하는 사람도 새 총리인사청문회 끝나면 바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게 정상적 나라인가. 이런 대행을 상대로 대정부질문하게 하다니 대통령에게 여전히 국회는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닙니까?

1. 내게 정치 입문도 설득하고 한때 무척이나 가까웠던 분이 국정혼돈이 심각한 상황에서 총리후보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크다. 전처럼 형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격식을 갖춰 총리후보자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형에 대한 우정을 담아 총리후보자에게 요청하려 한다.

형, 총리 청문회 하기 전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라. 그게 안 되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

2. 정책방향 수정할 자신이 있습니까?

후보자께서 더 잘 알지만 모든 정권이 임기 말을 맞으면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수정하는 게 정답인 게 모두의 눈에 보이는데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이 실패했단 소리 듣기 싫어서 역사에 평가받겠다는 둥 고집을 피우곤 하죠. 야당과의 대화는 안 하고 역사와의 대화에 나서더군요.

보궐선거 지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 타령하는 친문핵심 윤호중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100표 넘게 줘서 원내대표로 뽑은 이 상황에서, 정책방향 수정할 자신이 없다면 왜 총리직을 맡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후보자가 국민들의 분노를 희석시키는 쇼를 위한 분장용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탁현민 비서관의 행사기획에 따라 총리자리에 앉혀진 무생물 무대소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 ‘대깨문’ 들의 분노정치 좀 무너뜨려 주십시오.

저는 후보자가,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이 바른 소리 할 때 왜 힘이 되어주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겁이 나서? 정치적으로도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나았을 건데. 이번에도 초선들이 공격받아도 아무 대응 못 하면서 국민들의 질책에 답을 하겠다는 총리 내정 소감이 이해가 안 갑니다.

사실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입니다.

제발 분노의 정치 좀 누그러뜨려 주십시오. 우리 학생운동 할 때 적개심에 사로잡혀, 아침 거울 속 분노에 가득 찬 얼굴에 스스로 놀라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나라에 많은 건 비정상입니다. 정부 여당에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 뭘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더 비정상입니다.

4. 대통령의 퇴임 후 걱정은 그만두자 하십시오.

정세균 총리가 후보자 청문회 시작도 하기 전에 급히 나간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대통령 지킬 후보 세우는 게 급했습니까? 대법원이 이상한 논리로 살린 이재명 지사는 여전히 못 믿는 겁니까?

그리고 검찰 수사 막는 거로 모자라 나라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행태는 이제 그만두게 하십시오. 윤석열도 이제 ‘전 검찰총장’인데 중대범죄수사청 이런 거 더 이상 추진하지 말게 하십시오. 검찰 없어지면 제일 좋아하는 게 국회의원 아닙니까? 총리하고 직접 관계는 없는 사안이지만 청와대가 이광철 민정비서관 안 바꾸는 건 반칙입니다. 본인이 수사받기 싫어서 저 위를 압박해 안 나가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제가 다 궁금합니다.

5. 당정협의 잘해서 원내대표하고 이야기 많이 하십시오.

민주화운동 안 한 사람들은 삶 자체가 적폐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멸적 사고는 그만하라고 후보자가 이야기 좀 해주세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 좀 읽게 하고 상호관용과 절제도 좀 알려주세요. 원구성 협상도 다시 하라고 말해주세요.

그 답 못 받으면 후보자는 “내가 총리 되면 협치와 포용한다”고 어디다 이야기하지 마세요.

6.이런 자신도 없으면 청문회 전에 자리 집어 던지십시오.

총리 하는 중간에라도 집어 던지세요. 국민 속이는 수단이 되지 마세요.

저는 형이 이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4.7 재·보궐선거 이후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