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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남양유업, 불가리스 효능 주장하다 기업가치 385억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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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발효류 불가리스/출처=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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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추기자] 쾌변을 책임지고자 만들어진 발효 유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특효약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믿기 힘든 그런 일이 주식시장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남양유업의 요구르트 제품 불가리스 이야기인데요.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중림동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이러스가 활동 중인 세포배지에 불가리스를 투약한 결과 바이러스의 활동량이 크게 억제돼 효과를 발휘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삼아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했고, 충남대 수의대학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했습니다. 동물 실험을 통한 검증인 셈인데요. 이날 남양유업은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성이 담보된 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국내 첫 연구라는 성과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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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최근 1주일간 주가/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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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의 파급효과일까요. 이날 장마감 직전 주가가 급등하며 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남양유업 주가는 연이틀 급등하며 4월 14일 48만90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합니다. 다만 화제성이 커진 14일 하루 사이 사실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등 10% 넘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에는 큰 혼란을 가져왔죠. 지난해 9월 25일 25만3500원을 기록한 거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급등한 셈인데요.

남양유업의 '셀프 연구결과 발표'로 인해 주식시장에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투자자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소동을 자초한 남양유업의 주가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고점 대비 40% 넘게 폭락하며 15일 종가 기준 34만3000원으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질병청에서도 수습에 나섰습니다. 질병청 손상예방관리과는 공식 입장을 내고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즉 동물 실험만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인데요. 사실상 남양유업의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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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로고/출처=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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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발표 내용으로 인해 남양유업의 주가가 너무 크게 출렁였다는 사실인데요. 업계에서는 보도자료 배포가 장 마감 30분 전에 이뤄지며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시장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 데다 투자자 입장에서 오해를 가질 만한 내용을 발표했다는 측면에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주기를 띄우기 위해 남양유업 측에서 작업을 했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금융당국 역시 부정거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할 방침입니다.

14일 하루 사이에 개인투자자들은 남양유업을 38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매수가격은 43만660원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죠. 15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20.36%에 달합니다 .

금융당국에서는 셀프 발표와 관련한 주식 이상 거래에 대한 점검에 나섰습니다. 인체 실험조차 포함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발표 당사자가 남양유업 임원인 데다 이달 9일부터 남양유업의 주식 거래량이 9배 이상 급증한 점이 의심스러운 상황인데요. 의도적인 주가 부양의 움직임은 없었는지 점검할 예정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부정거래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의 거짓 자료 발표 및 관련 이상행위가 있을 경우 자본시장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현재 남양유업에 대한 통상적 감시와 더불어 특이점이 있는지 점검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소위 말하는 작전에 걸린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리딩방을 통한 불법 투자 사례가 빈번하게 발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부정확하고 혼란을 야기할 보도자료를 직접 냈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인데요. 지금과 같은 투자광풍 시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의 발표나 주변의 정보만 듣고 투자를 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본적인 책임이 기업 측에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투자처를 바라보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되새길 때인 듯합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지금 이 시점에 투자자 여러분들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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