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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기 회복에도 美국채 금리는 내리막…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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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 강한 회복세에도 금리 3월 이후 처음으로 1.6% 하회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美국채 매도 포지션 청산도 영향

유로존 금리 상승 전망…"매수세 지속되진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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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증권 거래인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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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미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미국 국채 금리가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등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한편 그간 쌓인 국채 매도 포지션이 청산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이동 제한 조치들이 점차 완화되고 유로존 금리가 상승하면서 결국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미국 국채 매수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KB증권은 미국 국채 금리의 추이를 이 같이 분석했다. 15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31%로 전날 1.637%에서 10bp(1bp=0.01%) 넘게 급락했다. 지난 3월11일 이후 처음으로 1.6%를 밑돌았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역시 3월11일 이후 처음으로 2.3%를 하회했다. 경제지표가 이례적인 호조를 보였음에도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의 3~4월 경제지표는 예상치를 웃돌며 선방했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9.8%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 5.9%를 대폭 상회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8.4% 급증했다. 예상치는 5.0%였다. 소비의 기저흐름을 반영하는 핵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6.9% 증가하며 역시 예상치 6.3%를 상회했다. 지난달부터 가계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됐고,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경제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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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신규 실업청구건수도 전주 대비 20만건가량 감소한 57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회적대유행(팬데믹)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다. 연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373만1000명으로 예상치 370만명보다는 많았지만 역시 팬데믹 이후 가장 낮았다. 지역 연방은행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 중에 가장 먼저 발표되는 4월 뉴욕 연은 제조업PMI 지수도 26.3을 기록하면서 예상치 19.5와 전월치 6.8을 모두 상회했다.


해외 투자자 매수세 유입…미국채 숏 포지션 청산 영향도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금리가 하락한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주 해외 채권을 1조7000억엔(약 17조4556억원) 가량 순매수했다"며 "지난 2월 중하순에 주간으로 약 2조엔을 순매도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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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의 금리 수익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투자자들에게 환헤지(환율 위험회피)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1014%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0.084%에 비해 크게 높다. 유로존 투자자들에게도 여전히 미국 국채는 매력적이다. 환헤지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757%로 미국에 비해 신용등급이 크게 낮은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0.73%에 그쳤다. 미국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4월 초에 24bp까지 벌어졌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축소되는 흐름이다.


다만 중장기 자금 유입만으로 급격한 금리 변화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김 연구원은 그간 많이 쌓여 있던 국채 매도 포지션이 청산된 것이 금리 급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국채 20년 이상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에 대규모의 매도 포지션이 쌓여 있었다"며 "CTA(파생상품형 투자전략) 전략을 펴는 헤지펀드들이 1월부터 쌓은 국채 매도 포지션의 평균 매입 금리는 10년물 기준으로 약 1.47%인데 이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면서 금리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 포지션 청산 이유는 나스닥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시장에서 금리가 급락하고 성장주를 중심으로 상승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추가 하락 가능성 있지만 상승 역시 제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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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지 않지만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연장됐던 유로존의 이동제한 조치들이 점차 완화되면서 유로존 금리는 점차 상승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미국 국채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국채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급락한 금리는 단기적으로 바닥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전망도 약해지지 않았다.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장기 관점에서 금리는 상승하겠지만 금리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들도 많다. 김 연구원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국채 잔존만기 관련 발언과 증세보다 재정건전성을 더 우려하는 민심 등이 금리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라며 "이익 성장 전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완만한 금리 상승세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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