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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이용주 감독이 밝힌 #서복 #공유&박보검 #돌무덤' "어두움을 지키려 했다"[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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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9년이 걸렸다. '건축학개론'으로 첫사랑의 아스라한 기억을 되살렸던 이용주 감독이 '서복'으로 돌아오기까지. 공유와 박보검, 메시와 호날두 같은 두 배우와 함께한 그의 새 프로젝트는 9년 전의 뽀사시한 로맨스물과는 대척점이나 다름없는 곳에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서복(박보검)은 유전자조작과 세포복제로 태어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요원 기헌(공유)이 불사의 존재인 동시에 영생의 키를 쥐고 있는 그를 옮기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진중한 물음과 함께 그려보였다. 관객은 죽음을 앞둔 기헌의 입장에서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특별한 존재의 말간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165억 제작비가 든 텐트폴 영화로 시작했지만, 1년 가까이 개봉이 밀린 끝에 이제야 극장과 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 '서복'은 여느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과는 다른 길을 간다. 그 길을 여전히 고민 중이라는 이용주 감독이 끄집어낸 건 '건축학개론'보다 3년 먼저 개봉한 첫 영화 연출작 '불신지옥'. 귀신들린 소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극을 담았던 긴장감 넘치는 공포물이 '서복'의 이전에 있었다 밝힌 감독은 "'불신지옥'의 확장판을 쓴다는 생각"으로 '서복'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고백했다.

(아래 인터뷰에는 영화 '서복'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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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서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작 '불신지옥'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같다.

"'불신지옥'으로 공포 - 다음에 '건축학개론' 멜로, 이렇게들 말씀하시는데, 사실 '건축학개론'을 처음 썼다. 제작이 안 되어 다음에 '불신지옥'을 썼는데 개봉 순서가 바뀌었다. '불신지옥' 다음이 '서복'인 셈이다. '서복'을 쓸 때 '불신지옥'의 확장판을 쓴다는 생각을 했다.

구조가 굉장히 비슷하다. 키워드도 같다. 서복(박보검)이 소진(심은경)이라면, 소진을 둘러싼 여러 시선이 '서복' 구조에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 믿음, 애착 등. 흥행이 안 됐는데 이쪽에 애착이 남아있었다. '건축학개론'이 30대 초반의 감성이 있다면 30대 후반, 40대의 관심사가 이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 스핀오프까지는 아니지만 확장판 정도랄까. 다음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불신지옥'과 '서복'의 테마는 계속 가져가지 않을까.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익숙한 필터가 되어 자연스럽게 매커니즘이 돌아가는 것 같다."

-무병걸린 소녀가 나오는 '불신지옥'과 복제인간이 나오는 '서복'은 초월적 존재를 다르게 다룬다.

"기현처럼 '불신지옥'에도 암에 걸려서 한번 나아보려고 하는 사람의 설정이 나온다. 다만 '불신지옥'이 두려움과 믿음에 방점이 찍혔다면, '서복'은 두려움과 욕망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까. '서복'을 기획할 때 두 가지 시놉시스를 고민했다. 우리가 주려워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나가 죽음이었다. 원초적인 두려움이다. 그리고 하나는 미래다. 사주, 날씨, 주가부터 심지어 사후세계까지를 우리는 두려워하고 알 수 없으면서 끊임없이 예측하려 한다. '서복'이 예언자인 시놉도 있었다. 그런 데서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백세 시대가 되고 120세 시대가 온다고 하고, 이러다 영생까지 가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그럴 수 없고,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돈 많은 사람이 돈이 많아 행복한 게 아니라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그런 헛된 욕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되면 행복할텐데 그게 안돼서 불안한. 저는 천국과 지옥이 자기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고, 욕망에 먹이를 주고 키워가면 그것이 자기를 잡아먹는다. 그런데서 '죽음'을 선택했다."

-'서복'은 복제인간을 다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방식과는 다르게 다뤘다.

"복제인간이란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에도 언급되지만 우리는 줄기세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그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술적 쾌거를 넘어 국위선양 등 일종의 종교처럼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검증하자는 것조차 불경하다고 느끼고 이상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저는 공포감까지 느꼈다. 그것이 결국 이렇게 돼고, 실제 줄기세포와 전혀 관련없는 곳에서 논란이 되고 충돌하는 느낌이 복제인간까지 이르렀다. 이야기를 만들다가 여기까지 온 셈이다.

일반적인 기대를 형성하게 하면 안됐는데, 복제인간이라는 단어가 엄청나게 영향력이 크더라. 복제인간은 곧 SF 이런 식으로. 복제인간이라는 게 나온 영화가 그런게 많았다. 저희에겐 수단이자 소재였을 뿐이다."

-'서복'이라는 제목이 독특하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으러 떠났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다.

"'불신지옥' 이후로 제목에 관여하지 않는다. 불신지옥이 제목 때문에 망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 '건축학개론'도 제목으로 이야기 많이 들었다. 명필름에 제목은 알아서 하시라고 했더니 좋다고 해서 이렇게 됐다. '서복'도 제가 쓴 건 가제일 뿐 알아서 결정하시라고 했다. 맞다. 진시황이라고 안하고 서복이라고 한 이유는 그가 실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진시황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람이라 노골적이지 않은 제목이 될 거다 생각한 것도 있다."

-165억의 대작 SF영화로선 신선하고도 도전적인 접근을 했다. 의미있는 도전이지만 반면 부담이기도 했을 것 같다.

"무조건 165억까지 영화를 찍기로 하고 '전 이거요' 이렇게 한 건 아니다. 떳떳하다는 항변이다. 시나리오 초고를 투자사 제작사 동시에 보여줬다. 예산에 비해서 너무 어두워서 흥행성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행히 CJ가 어두워도 좋다 해서 시작됐다. 저는 이 어두움을 나중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그래서 캐스팅이 정말 중요했다.

기대와 다르게 보시는 분들의 반응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저로서는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창작자로서 용기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장 형식이 같고 중간 괄호만 바뀌는 영화를 잘 만든 자신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를 꼭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산이 줄면 좋았겠으나 여러 과정을 거치다보니 이렇게 들었다. 저는 '불신지옥' '건축학개론'도 '서복'도 마찬가지고 100명 중에 90명 이상이 좋아하는 영화를 찍을 자신은 없다. 100명 중에 60명 정도가 열렬히 좋아하는 영화를 찍는 것이 제 취향이 아닐까. '건축학개론'도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오래 걸려 만들어졌다. '불신지옥'은 참패했다. BP를 인생목표로 생각하고 바꿔야 하나 한 적도 있다. 그런 면에서 OTT 플랫폼이 매력있기도 하다."

-알려졌다시피 '서복'은 극장과 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코로나19로 극장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이다.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OTT 동시개봉에 대해 많이 물어보신다. 궁금하고 관심과 기대가 있다. 기존이라면 텐트폴 예산 2시간 영화면 어느 정도 친절해야 하고… 이런 데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서복'도 맞추려고 노력한 거다. OTT와 기획이 맞는다면 공식을 더 허물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다. 영화 형식에 대한 고민도 있다."

-언급했던 차기작은 OTT를 염두에 두고 있나.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게 있다. 결국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는 극장이나 OTT나 다르지 않다. 다만 러닝타임이 다르다. 굳이 그걸 늘릴까봐 경계하고 있다. 6~8시간이 적합하다면 그리로 가고, 2시간이 적합한 이야기라면 영화가 되어야 한다. 압축하고 압축해서 6시간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OTT를 고민할 거다. 먼저 결정하고 이야기를 고민하지 않겠다. 이야기가 길이를, 또 형식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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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중요했다고 했는데, 공유와 박보검이 주연을 맡았다. 메시와 호날두에 비교한 인터뷰를 봤는데, 실제 두 배우가 큰 몫을 한다.


"큰 몫이라니. 두 배우가 다했다. 정말 고마웠다. 공유씨는 예민 까칠 인간적인 느낌이랄까. 귀여운 구석도 있는 인간다운 면모가 매력적이라면 보검씨는 기존에 못봤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런 면에서 자신이 있었다."

-인터뷰에서 공유는 감독이 자신을 두고 썼다고 했지만, 캐스팅하려고 한 이야기일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 설정하고 쓰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 거절하면 꽝이다. 절대 그렇게는 안한다. 해볼 필요가 없는 시도다. (배우를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건) 다 그 감독이 배우 꼬시려고 만든 조작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건축학개론' 끝나고 '서복'을 쓰기 전 배우 공유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저 사람 궁금하다. 잘 맞을 것 같다. 막 부라리면서 에너지 폭발시키기도 하지만 부드럽게 세련되게 표현하느 사람이다 싶더라. 마침 건너건너 '건축학개론'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자연스럽게 시나리오가 갔다."

-직접 만나 작업을 해보니 어땠나.

"작업을 같이 해보니 제 예상이 맞았다. 배우 공유로서도 고맙고 잘 했지만 인간 공유로서도 잘 맞았다. 좋은 친구가 됐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남자 배우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제가 아줌마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수다도 많고 마초와도 거리가 멀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앞서 두 작품을 모두 여성 제작자와 했고, 형·동생 하는 것도 안좋아한다. 공유씨가 그렇다. 서로 말이 많다. 말을 서로 끊으려고 바쁘다."

-고민 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름아닌 공유라는 배우가 함께였기에 생긴 든든함이 있었을 것 같다.

"완전 있었다. 고민이 많았다. 영화감독이 직업인가. '나는 영화감독이야' 하지만 안 찍으면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어야 할까. 어떤 영화를 찍으려고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많았다. '서복'이 오래 걸린 데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초심 생각을 많이 한다. 건축하다가 영화를 하면서 두려움이 많았다. 경력 단절 이후 아수라장같은, 시대를 따라잡아야 하는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했던 것은 영화 만드는 게 좋아서다. 이야기를 만드는 자체가 저를 위로한다고 해야 할까. 저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성장하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게 저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만든 게 '서복'이다. 투자 캐스팅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공유가 좋아한 것이 반갑고 고마웠다. 그게 우리끼리만의 이야기래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지식하고 바도같고 유도리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게 없으면 못 버티겠더라. 결벽까지는 아니고, 한손에는 꼭 쥐고 밸런스를 맞춰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본 배우 공유는 어땠나.

"공유는 이성적인 부분도 있다. 준비하고 분석하고 테이크를 가고 그걸 기반으로 다음 테이크 완성도 높이고 그렇게 오케이컷에 접근하는 방식이랄까. 신을 전체적으로 본다. 어느 순간 무너지는 일 없이 안정적이다. 연기 외에도 주연배우로서 해주면 좋을 것 같은 역할을 너무나 잘 해준다. 스태프에 대한 배려라든지, 보검씨와의 케미스트리를 위한 배우끼리의 노력이라든지, 현장의 긴장이나 갈등이 고조될 때의 인내력까지. 안 그런 경우를 너무 많이 듣고 봤기에 더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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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비교해 배우 박보검은 어땠나.

"보검씨 역시 인성이 훌륭하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어느 순간에 확 동물적으로 오케이를 물어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첫 테이크는 약간 왼쪽, 두번째는 약간 오른쪽에 있다가 어느 순간에 딱 하고 나타나버리는. 이모개 촬영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잘 안되는데' 했을 때 '조금 있으면 신이 내린 테이크가 나오니까 걱정하지 말자'고. 그리고 진짜 그렇게 됐다. 눈빛이 좋은 배우다. '서복'은 특히 눈빛이 중요했다. 대사보다 무드로 완성해야 하는 캐릭터다. 깜짝 놀란 순간이 많다."

-박보검은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혹은 건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서복'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엔딩 시퀀스의 보검씨 표정 눈빛 몰입도는 정말 놀랐다. 와 이러면서 찍었다. 이게 가능하구나. 러블리하고 무구하고 순백이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순간이랄까. 순간 스파크가 확 터질 때가 있다. 그것이 서복이었다. 에너지가 넘쳤다."

-장영남은 '불신지옥'에 이어 한번 더 나왔다.

"'불신지옥'에서 너무 잘하시더라. 광기가 필요했다. 너무 생각이 났고 자연스럽게 연락했다. 눈빛이 좋은 배우다. 끝나고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너무 무서운 역으로 변신하더다. '역시 역시' 하면서 문자도 넣고 그랬다.

사실 서복 입장에서는 죄인이다. 이 아이를 자기가 만들었는데 아이는 너무 괴롭고 엄마는 왜 나를 만들었냐 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그래서 반쯤 미쳤을 것이다. 얼마나 후회하며 살았을까. 기훈을 향한 그녀의 대사는 모두 자신을 향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다른 빌런들은 역할을 나눠가진 것 같다.

'신학선(박병은)은 약간 얼굴마담 느낌이다. 순수한 괴짜. 다만 한 쪽은 서복을 권력의 상징으로 보고, 한 쪽은 인류를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데 모두가 이해할만한 논리이길 바랐다. 소진을 누군가는 귀신들렸다 하고, 누군가는 성령이 왔다고 하는 것처럼. 무작정 나쁜놈보다는 설득의 근거가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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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헌의 트라우마와 고통은 보여주지만 왜 살고싶어하는지는 따로 사연을 부여하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살고싶은 욕망, 그건 당연한 거니까. 기현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죄인이라고 설정했다. 살고자 하는 본능 하나로 압축하고자 했다. 감정적 온도가 뜨거워지는 표현을 경계하기도 한다. 친구를 만나 '나 절대 안 죽어'하는 생존의 욕망은 그 인물의 전제였다."

-서복의 액션 연출에서 '아키라' '캐리' 등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캐리 아키라 경우는 액션을 펼치는 주체가 주인공이자 사춘기의 분노를 초능력으로 뿜어내는 느낌이 강하다. 서복은 그 두가지가 다르다. 서복을 바라보는 기현이 메인 플롯이고 서복이 뿜어내는 것, 몸을 쥐어짜기는 하지만 신의 응징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춘기 울분의 표현보다는 어리석은 인간을 응징하는. 실제로 찍지는 않았는데 시나리오에서는 '이제부터 벌을 내리겠다' 하는 대사도 있었다. 그러면 포지셔닝이 너무 구체화될까봐 뺐다. 그러면 또 결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더 명징하게 색깔을 규정하는 방법일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라. 그 모든게 영화 만드는 작업이다."

-바닷가에서 처음 기현이 상처를 토로했을 때 서복이 돌탑을 만든다.

"돌무덤, 무덤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이 사실 서복의 집과 비슷하다. 싱크홀을 뒤집으면 또 그렇게 된다. 원형의 이미지와 패턴이 반복된다. 세때가 그렇고 기현이 판타지에서 보는 큰 달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물의 이미지가 패턴과 암시였다. 전략이 있었다. 그 장면은 서복이 초월자적인 존재로서 기현 인간 앞에 기적을 행하는 장면이다. 죄인 기헌이 고해성사를 하고 구원을 받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죄인 민기헌의 무덤일 수 있겠다. 또 그것이 서복의 무덤일 수도 있겠다. 개울가 등에 그런 돌을 쌓는데, 내가 여기 왔었다 하는 흔적을 남기려는 유희이자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무덤을 만드는 것도 흔적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가 있었다. 사실 우리가 무덤 앞에서도 소원을 많이 빌지 않나. 돌탑도 무덤에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복'은 질문의 영화같다. 감독이 하고자 했던 질문을 하나 꼽는다면.

"'질문'이라고 리뷰가 도배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것은 영화를 만들려 한 동기부여와 테마의 베이스다. 하지만, 저는 그거다. 서복이 경윤이 앞에서 하는 말. '죽는 것도 두렵고 영원히 사는 것도 두렵고 저는 무엇을 믿어야 두렵지 않을까요.' 저는 항상 그런 질문을 가지고 살 것 같다."

-관객들은 어떻게 '서복'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나.

"상업적 시나리오 밸런스 맞추려 생각했다. 액션 CG 추격 로드무비… 다채롭다. 또 공유 박보검이 있다. 영화를 영화로서 즐기시길 바란다. 감독의 메시지가 뭘까 고민하실 필요 없다. 분석하는 감상법에 반대한다. 심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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