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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데이트하는 슈퍼마켓'···강북의 'SSG'라 불리는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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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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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4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에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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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러 슈퍼마켓 가요"

강북의 'SSG'이라고 불리며 강북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러가 슈퍼마켓'이 2030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연희동 분위기 속에서 주말이면 젊은 손님들로 마트 안이 가득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16일 오후 2시40분쯤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러가 슈퍼마켓의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차량 40대를 주차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주차장이었지만 평일 이른 오후부터 장을 보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이 왜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알록달록한 상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입물품 혹은 잡화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흡사 잡화상점, 골동품 상점을 연상케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격인 셈이다.

이 상점들은 연희동 사러가 슈퍼마켓이 1975년 개점했을 때부터 함께했던 상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사러가 슈퍼마켓 자체가 재래시장에서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재래시장 분위기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슈퍼마켓 내부에서도 판매하는 생필품들이지만 이렇게 따로 상점들을 운영하는 것은 전통을 지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점들을 지나쳐 들어간 마트에는 장을 보러 온 2030 세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요리를 즐겨한다는 박모씨(33)는"요리를 할 때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향신료 종류가 많아서 자주 방문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랑 비교해도 있는 상품은 다 있는 것 같고 해외물품은 오히려 여기가 더 강한(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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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3시쯤 사러가 쇼핑센터에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가득하다. 특히 20대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사진=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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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마트 안은 2030 세대가 좋아할 만한 상품들이 상당수 진열돼 있었다. 요리를 취미로 하는 2030 세대들을 유혹하듯 다국적 향신료 수입여가지가 배치돼 있었고 일본·중국·태국·미국·이탈리아·동남아 등 전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가공식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2030 세대에게 '핫한' 해외 향신료와 식재료들은 이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연희동에서 6년 정도 거주했다는 송모씨(28)도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외국 주류나 치즈가 많아서 자주 방문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평일에는 근처 주민들이 많이 오는데 데 주말에는 슈퍼마켓을 구경하러 연인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원에 따르면 주말에는 평일의 3~4배에 달하는 손님이 마켓을 찾는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100여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마트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주말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수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직원 A씨는 "근처에 대학가가 있어서 그런지 주말에는 젊은 사람들도 장을 보러 오거나 데이트를 하러 오면서 손님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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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문을 연 '사러가 슈퍼마켓'의 모습. 2011년 리모델링으로 현재의 모습이 됐다./사진= 사러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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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러가 슈퍼마켓'이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 식재료를 사기 위해 방문하는 정도였을 뿐이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었던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희동 내 여러 맛집·카페들이 유명해지면서 동네 자체가 하나의 데이트 장소가 됐고 이런 인기 덕분에 연희동 한가운데에 있는 '사러가 슈퍼마켓'도 함께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러가 슈퍼마켓은 이전부터 유기농·친환경 상품을 판매해온 곳이었다. 이런 특징이 최근 불고 있는 친환경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며 인지도는 더 커졌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채소부터 고기·과일·커피까지 100여가지가 넘는 친환경 제품들을 한곳에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친환경·유기농 제품의 특성상 일반 제품에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이모씨(30)는 "상품들 보면 다 항생제 안 쓰고 유기농만 쓰니까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어서 사려면 신촌까지 걸어가야 하니까 재료가 부족하면 한 번씩 여기를 이용하는데 다른 곳보다 확실히 1.5배~2배 가까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제외한 상품들은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장을 보러 나온다는 김모(61)씨는 "대형마트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복잡한데 여기는 마트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수입제품이나 특별한 것들도 많고, 있을 만한 것은 다 있는 것 같아서 자주 온다"며 "과일이나 채소는 확실히 여기가 비싼 거 같은데 몇몇 물건들은 여기보다 싼 데를 못 봤다"고 설명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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