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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쓰레기 쌓아 수천억 버는 사람들, 이건 미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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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민운동가 하승수는 왜 농촌에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세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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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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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라는 이름 뒤에는 여러 직함이 붙는다. 그만큼 한 일이 많다. 녹색당 창당을 이끈 정당인, 전직 교수, 정보공개와 예산·권력 감시 시민운동가, 변호사인 그에게 명함이 하나 더 생겼다. 농촌·농민·농업을 위한 공익법률센터 농본(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소재)의 대표다. 이번엔 무너져가는 농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2017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했다. 농촌에 오니 도시에선 접하지 못했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웃 지역인 청양군에는 석면 폐광산 위에서 버젓이 운영 중인 건설폐기물처리장이 있었다. 마을엔 쓰레기를 부수며 나오는 분진과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돌들이 돌아다녔다. 애초에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곳이었지만 법과 행정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 업체는 지금도 영업 중이다.

청양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산업폐기물 등 도시와 공장에서 내다버리는 쓰레기로 전국의 수많은 농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만 하더라도 홍성군을 비롯해 예산군, 당진시, 서산시가 폐기물매립장 건립 문제로 시끄럽다. 폐기물은 농촌 지역의 환경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축사, 송전탑, 대규모 태양광, 산업단지 등 환경오염시설이나 기피시설이 도시보다 만만한 농촌이나 시골로 몰려든다.

마을을 위협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행정관청은 잘 모르거나 대응이 허술했고, 정치권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환경오염과 건강피해, 마을훼손을 우려하는 주민들은 공무원과 정치인 대신 농촌에 사는 변호사인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홍성으로 이사 후 그는 '우리 동네에 뭐가 들어오려고 하는데 상의 좀 하고 싶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도시에 노동·인권·환경 문제 해결을 돕는 변호사들이 있듯, 농촌에도 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운동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전략을 짜는 공익활동단체가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그가 돕던 마을들이 작은 성과를 내는 걸 보며 본격적으로 판을 벌여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올 2월 홍성군 홍동면에 땅을 마련해 농본을 설립했다.

지난 9일 논밭 사이에 있는 농본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하승수 대표를 만났다.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 주민들이 폐기물매립장 반대운동을 할 때 쓰던 컨테이너를 기증했다. 그가 주민들과 힘을 합쳐 대응한 끝에 오두리 폐기물매립장 사업계획은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농본 사무실 문에는 "폐기물장 결사반대"라고 적힌 스티커가 여전히 붙어 있다. 하 대표는 "전국 곳곳에 있는 이런 컨테이너 농성장과 함께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그냥 뒀다고 했다.

"문제가 벌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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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농민·농업을 위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있는 하승수 농본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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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본을 설립하고 나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온 게 있나.
"농본이 생겼다고 알려지면서 연락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온다. 이 인터뷰 끝나고도 옆 동네 주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같은 걸 처리하는 시범사업 시설이 들어온다는데 전혀 몰랐다더라. 유해성 등의 검증이 필요한데도 마을 사람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농촌엔 이런 일이 너무 많다. 면소재지나 시골 도로 지나다니다 보면 어느 지역이든 다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폐기물 반대', '태양광 반대' 그런 것들. 환경문제 관련 대책위가 몇 개나 되는지 알 방법도 없다. 전국 어딜 가나 있으니 다 파악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 농촌에 환경오염시설과 기피시설이 왜 난립할까.
"사안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폐기물 처리는 돈이 되는데 도시에선 할 수 없지 않나. 일단 허가가 안 날 테니까. 반면에 농촌이나 시골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는데다 주민 수가 적어 반대가 약할 것 같으니 업체들이 더 많이 들어온다. 상대적으로 인·허가를 받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농촌 인구가 줄면서 이런 문제가 더 가속화하는 것 같다.

송전탑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이 계속 들어서는 건 여전히 중앙집중식 발전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로 전기를 만들어 소비지인 대공장과 대도시로 보내야 하니 장거리 송전선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도 동해안 등 바닷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심지어 태양광·풍력 발전도 똑같다. 산림을 훼손하고 수십만 평의 농지를 태양광으로 뒤덮겠다는 식이다. 전남 간척지에서도 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한다. 전북 새만금도 수상태양광을 한다는데 송전선을 깔아서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니 지역 곳곳에서 문제와 갈등이 생긴다."

-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농촌을 어떻게 도울 생각인가.
"문제가 벌어지기 전에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미 사업 허가가 나고 공사가 시작된 다음에는 주민들이 소송을 걸어도 이기기 쉽지 않다. 시설이 들어서기 전 단계에서 주민들이 절차를 잘 파악하고 준비해 권한을 가진 행정관청이 불허하도록 만드는 게 문제를 가장 빠르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사업마다 관련된 법률이나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 폐기물이나 발전소, 송전탑 법이 각각 따로 있다. 일반 변호사들에게도 낯선데 주민들은 오죽하겠나."

- 초기 단계에 도와서 문제를 막은 곳이 있나.
"일정한 성과를 낸 곳 중 하나가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 폐기물매립장이다. 업체가 사업계획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추진한 게 재작년부터다. 여기는 매립장이 설 수 있는 땅이 아니더라. 석면자연발생지대고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이 너무 가깝다. 하천이 천수만 수계로 흘러간다. 업체가 매립하겠다는 양이 하루 1000톤이다. 이런 곳에 대규모로 쓰레기를 묻는다는 게 말이 되나.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함께 반대 근거를 정리하고 금강유역환경청 현장조사 때도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금강유역환경청에서도 업체가 낸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 처분했고, 홍성군청에서도 사업계획이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다. 오두리 문제는 절차상 제일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막았다."

"농촌이 파괴되도록 둘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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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대표는 농본의 컨테이너 사무실과 집을 논두렁을 걸어 출퇴근 한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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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지자체가 불허하더라도 업체들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이를 뒤집으려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폐기물 업체들이 환경·건강 피해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어떻게든 처리장을 세우려는 모습이다.
"폐기물 업체들이 왜 포기 안 하느냐, 너무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폐기물산업은 수집운반업체, 재활용업체, 처리(매립·소각)업체로 나뉘는데, 매립이나 소각 쪽 수익이 제일 좋다. 그러니 엄청 집요한 거다. 허가를 안 해주면 어떻게든 행정소송으로 뒤집으려고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까지 쓴다. 서산 최대 현안이 오토밸리 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 문제인데, 거긴 설립되면 예상되는 매출이 대충 계산해보면 3천억 원 이상이다. 그러니 변호사 비용이든 뭐든 몇십 억 원 쓰는 게 일이겠나. 되면 수천 억 원을 버는데.

정치권이 유착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하여튼 업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당사자인 행정관청의 대응은 허술할 수밖에 없다. 저쪽이 동원하는 자원하고 너무 차이가 난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행정관청의 패소 위험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 폐기물 처리산업이 그렇게 돈을 잘 버나.
"어마어마한 돈들이 굴러다닌다. 심지어 국내 의료·산업폐기물 전문업체가 8천억 원대에 사고팔린 사례도 있다. 이건 인·허가만 받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야말로 노다지다. 소각폐기물 중에서는 의료폐기물이 제일 돈이 된다. 전국에 14개뿐이다. 이윤이 높으니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를 사모펀드들이 사 모으고 있다."

- 농촌 환경 문제마다 개별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없을까.
"큰 틀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폐기물은 지금처럼 민간기업에게 다 맡기면 안 된다.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재활용하거나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장폐기물, 소위 산업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은 다 민간기업들이 처리한다. 공적으로 관리하며 폐기물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발생지 책임 원칙으로 가야 한다. 자기 지역에서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자기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은 자기 공장에서 처리하는 거다. 실제로 농촌이나 시골에서 처리되는 폐기물 중 대부분은 외지에서 갖고 오는 쓰레기다. 지역별로 폐기물을 알아서 처리하는 원칙으로 가면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시·도 단위의 발생지 책임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송전탑이나 대규모 태양광 건설 문제도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으로 가면 될까.
"지역분산형 발전시스템을 만들면 해결된다.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송전선을 이렇게 많이 세우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 큰 공장에서는 쓰고 남은 폐열을 활용해도 좋고, 넓은 공간을 활용해 태앙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도 정 필요하면 그 공장에서 하면 된다. 굳이 시골에 세워 문제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특히 농지에서 태양광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제게 연락 온 지역 중 하나가 경남 합천인데, 200㎿ 태양광 발전이 계획된 곳이다. 수십만 평 정도의 규모인데 대부분 농지다. 대한민국은 농지가 줄어드는 게 심각한 문제다. 태양광까지 들어오면 그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다. 식량자급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식량위기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농지를 태양광으로 바꾼다는 건 미친 짓이다. 자멸이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나 싶다.

장기적으로 발생지 책임 원칙으로 가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발생지에서 책임지려면 폐기물과 전기 소비량 모두 줄일 수밖에 없다."

- 그동안 사회를 바꾸기 위해 목적으로 다양한 공익운동을 해왔다. 농본 활동으로는 어떤 변화상을 만들고 싶나.
"저와 많은 사람들이 여러 활동을 해왔지만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히려 나빠진 것들이 많다. 제가 1990년대 시민운동에 참여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부동산 문제나 불평등, 기후·환경위기가 더 심각해졌으니까. 농본 일을 하면서도 낙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현실을 알수록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하는 활동이 세상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저도 의문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저는 현재 한국의 농촌을 지키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는 환경오염시설과 기피시설을 농촌에 다 몰아넣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되도록 방조하고 있다. 국가 공동체를 생각하더라도 국토면적의 대부분인 농촌이 이렇게 무너지도록 둘 순 없다. 거창하게 뭘 하겠다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다. 농촌을 최대한 살기 좋은 공간으로 지키려고 노력해볼 것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https://blog.naver.com/nongbon11/222268112927

[관련기사] "윤석열 장모 같은 사례 막아야 농촌 지킨다" http://omn.kr/1ssxu

이주영,이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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