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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오세훈 서울시장 행보에 쏠리는 눈

45세 '강압'→60세 '온화' 변신…오세훈,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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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오세훈 서울시장 첫 일주일…방역 혁신·시정 안정 노려

"대선 가까워지면 중앙정부와 갈등 커질 가능성이 높아 걱정"

뉴스1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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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을 다시 맡은 오세훈 시장은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선거 슬로건에 걸맞게 일주일여 동안 짜임새 있는 일정을 소화했다.

8일부터 시작한 오 시장의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 업종별 차별화된 거리두기 지침 추진 등의 '혁신'과 '시정 안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며 시청에 입성한 오 시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당연 코로나19였다. 겨울 이후 계속해서 100명대를 유지하던 서울 일일 확진자 수가 공교롭게도 오 시장 당선일인 7일부터 200명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첫 오찬을 코로나19 대응부서인 시민건강국과 함께 했고, 9일 서북병원 현장점검, 10일 생활치료센터 및 임시선별진료소 방문 등을 통해 시내 코로나19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임기 둘째 날인 9일에는 시청 간부들을 모두 소집한 가운데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를 열어 방역대책의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며 중앙정부에서 정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대응에만 순응하기 보다는 시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에는 직접 발표자로 나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을 주말까지 마련해 다음 주에는 시행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매뉴얼이 시도될 경우 전국적으로 벤치마킹 될 것이란 자신감도 보였다.

오 시장이 준비 중인 서울형 매뉴얼의 핵심은 업종별 세분화·차별화한 대책이다. 지금도 업종별로 완전히 같은 방역대책을 적용하진 않으나 영업제한 시간을 달리하는 등 자영업자와의 상생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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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4.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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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방역 혁신의 또 다른 대표 사례는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이다. 자가검사 키트는 국내 기업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K-방역 대표 상품이지만 정작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이제는 방역현장에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자가검사 키트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13일은 문재인정부 들어 야당 인사가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날로, 이날 국무회의 관련 보도는 국무위원이 아닌 오 시장에게 집중됐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업종별 세분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자가검사 키트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형 매뉴얼 추진 여부와 별개로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기존 방역대책에 오 시장이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가검사 키트의 경우 정부가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로 돌아오면서 혼란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10년 가깝게 재임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시대가 끝나 대규모 인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오 시장 개인적으로도 10년의 '야인 생활' 동안 준비한 사업이 많을 것이라는 데서다.

하지만 파격이라고 할 만한 변화는 시청에서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오 시장의 과거 재임시절 함께했다 퇴임한 전직 서울시 관료들 혹은 정치권에서 함께한 인사들이 대거 서울시 고위직으로 올 것이란 예상도 깨졌다.

오 시장은 행정1부시장과 2부시장에 각각 조인동 기획조정실장과 류훈 도시재생실장을 내정해 조직 안정화를 노렸다. 임기가 1년여밖에 되지 않아 시정 경험이 많은 두 사람을 낙점했다는 시선도 있으나 오 시장의 의도는 기존 직원에 대한 신뢰에 더욱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8일 서울시 간부들과 만나 "전임시장 초기 때처럼 깊은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는 부분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럴 필요성이 있을 때는 각 부서 책임자와 논의하고, 방향을 바꿀 때 부작용이 있을지 검토한 뒤 여러분 의견을 존중해 방향 전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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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를 찾아 김인호 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4.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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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를 함께 이끌어가기 위한 협력대상인 서울시의회를 향한 오 시장의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시의회 110석 중 10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점유하고 있어 오 시장 임기 초반부터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오 시장은 취임 첫날인 8일 인수인계서에 서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시의회로 향했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을 만난 오 시장은 "많은 지도편달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14일에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의장단, 상임위원장단과 만나 "저부터 경청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당초 오 시장에 대한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지구 관련 행정사무감사'를 하기로 했으나 보류했고, 취임 직후임을 감안해 시정질문도 연기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민생안정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밝혔으나 오 시장의 낮은 자세가 결국 시정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 시장이 처음으로 서울시장이 된 2006년에는 45세였다. 40대 오 시장은 패기가 넘치고 일 욕심이 많았으나 '강압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60세가 돼 돌아온 오 시장은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그는 "코로나 전시 상황에서 업무기강 확립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한 서울시 직원은 "솔직히 한국 정서상 나이를 무시하지 않을 수 없는데 60세면 거의 모든 직원보다 어른이고 형님이라서 40대가 지시내리는 것과 기분이 다르다"며 "오 시장이 오면 힘들어진다고 걱정하는 선배들도 있었는데 일이야 지금도 많지만 부당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오 시장이 공개회의에서 서울시를 질책한 적이 있지만 오히려 '내가 책임지고 힘을 실어 줄테니 직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격려로도 들린다"며 "다만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공무원인 우리로서 걱정은 조금 된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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