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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데뷔 첫 승까지 걸린 시간 '6865일'…영욕의 18년 대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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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부산, 이대선 기자] 16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7회초 무사에서 롯데 김대우가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투수로 입단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타자로 돌아섰고 한때 4번 타자로 기대까지 모았다. 그러나 다시 투수로 전향해 마지막 기회를 얻었고 마침내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대우(38)가 프로 지명 18년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9-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1-2로 뒤진 7회말 무사 만루에서 김재유가 역전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승리 투수는 7회초 올라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대우였다.

김대우는 7회초 올라와 선두타자 구자욱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박해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호세 피렐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7회말에 팀 타선이 역전에 성공하며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성인이 된 이후 김대우의 야구 인생은 영욕의 시간들을 보냈다. 광주일고 시절 4번 타자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2003년 신인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롯데 유니폼을 입는 것이 확실시 됐다. 롯데는 예상대로 김대우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하지만 김대우가 롯데 유니폼을 직접 입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김대우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며 롯데 입단을 미뤘고 2학년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한다는 조건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김대우의 뜻대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았다. 2년 뒤 메이저리그 진출은 다시 무산됐고 2학년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 제대 이후에는 대만 무대까지 노렸지만 이 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김대우는 지명 이후 4년 뒤인 2007년에서야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혼돈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2009년 4월 25일 사직 LG전에서 투수로 데뷔했지만 데뷔전에서 한 이닝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역대 최초의 불명예스러운 기록까지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어깨 통증으로 투수로 더 이상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2시즌을 앞두고 타자로 전향했다. 탁월한 재능과 운동신경으로 그는 2013시즌 당시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차기 4번 타자’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록 4번 타자로 정착하지 못했지만 69경기 타율 2할3푼9리(180타수 43안타) 3홈런 27타점 4도루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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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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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거기까지였다. 김대우는 타자로도 가능성만 인정을 받았을 뿐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2017시즌이 끝나고 다시 투수로 완전히 전향했다. 이미 30대를 넘긴 나이, 이제는 하루하루가 야구 인생의 살얼음판이었는데 결국 다시 투수로 돌아와서도 좀처럼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9시즌에는 부상 등으로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19시즌 이후 구단은 대규모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김대우도 선수 인생의 기로에 놓이는 듯 했다. 투수로 9경기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63, 타자로 146경기 타율 2할1푼2리(325타수 69안타) 7홈런 42타점에 불과한,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선수에게 방출의 운명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은 김대우가 가진 재능과 20대를 능가하는 신체 능력에 주목했다. 대신 회전수가 낮은 포심이 아닌 커터와 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을 연마할 것을 주문했고 기적적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지난해 46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10(49⅓이닝 17자책점) 43탈삼진 26볼넷의 기록을 남겼다. 30대 후반에도 150km를 넘나드는 빠른공으로 젊은 투수들과 경쟁을 이겨냈다.

그리고 올해는 좀 더 비중있는 필승조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고 야구 인생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지난 8일 창원 NC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하더니 만 36세 8개월 21일째 되는 날 마침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김대우의 데뷔 첫 승 기록은 KBO 최고령 첫 승 역대 2위 기록이다. 한화 박찬호가 지난 2012년 4월 12일 청주 두산전(6⅓이닝 2실점)에서 만 38세 9개월 13일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이 역대 최고령 첫 승 기록이다.

아울러, 김대우는 2002년 7월 1일, 롯데의 지명을 받은 뒤 정확히 6865일 째 되는 날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데뷔전이었던 2009년 4월 25일 이후로는 4374일 만이다. 18년의 세월 동안 굴곡진 야구 인생을 펼친 끝에 거둔, 누구보다 값진 첫 승이었다.

김대우는 구단을 통해 데뷔 첫 승 치고는 소박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내가 크게 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승리 보다는 우리 팀의 승리다"면서 "우리 팀원들이 잘해서 만들어 준 승리이기에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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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민경훈 기자]경기를 마치고 롯데 김대우가 김준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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