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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민심에 놀란 文대통령…'통합'인사로 승부수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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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16일 오후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 지명자는 문재인정부 첫 영남 출신 총리가 될 전망이다. [한주형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 9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로 영남 출신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64)을 발탁하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사회수석, 대변인 등 지근거리 참모진도 바꿨다. 같은 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으로는 친문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다음달 2일에는 간판인 민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 지도부도 교체된다.

16일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해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적폐 청산, 민생 안정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해나갈 통합형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호남 출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첫 영남 출신 총리가 된다. 정 전 총리가 '경제형 총리'를 내세웠다면, 김 지명자는 지역 화합을 내세운 '화합형 총리'로 평가된다. 역대 정권에서 총리가 모두 정치인 출신으로만 발탁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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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으로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심을 수습할 마지막 기회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30%를 기록해 급속한 레임덕 위기에 처했다. '조국 사태'에서 시작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논란, 정권 고위직들의 부동산 '내로남불'로 이어지며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권의 핵심 가치로 내걸었던 '공정'과 '정의'가 허물어졌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권에 압승을 안겨 줬던 K방역은 1년 만에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내몰리면서 최대 '악재'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조직에 방역기획관을 신설하며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임에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돼 2·4 공급대책 등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마무리하게 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안경덕 상임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내정됐고,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박준영 현 차관이 승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여성인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발탁됐다.

동시에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철희 전 의원,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사회수석에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 이번에 신설된 방역기획관에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임성현 기자]

文정부 첫 '영남 총리'…김부겸 "일자리·백신부터 챙기겠다"


김부겸 신임총리 지명자는

文정부 사실상 마지막 총리
내년 대선까지 겨냥한 포석
코로나·부동산 등 과제 산적

보수정당 탈당 '독수리 5형제'
노무현처럼 TK낙선 반복하며
與 지역주의 戰士로 입지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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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신임 국무총리 지명자(왼쪽)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인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경찰청장 임명식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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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김부겸 지명자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여권의 대표적인 대구·경북(TK) 출신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3년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으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에 합류해 여권에선 '독수리 5형제'로도 불린다. 여당의 비주류인 영남과 보수정당 경력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에까지 오르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화합형 총리를 발탁했다는 평가다. 여권으로선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거의 모든 세대가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텃밭인 호남 외에 영남권으로 표심을 확장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아울러 김 지명자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보여준 추진력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역구도 극복과 사회 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해왔으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당장 김 지명자에게는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와 1년 만에 악재가 돼버린 코로나19 대응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K방역에만 취해 있다가 백신 도입 지연으로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국판 뉴딜, 남북관계 개선 등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날 김 지명자는 사무실이 마련된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경제, 민생"이라며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국민들이 계획대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지명자는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며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맞게 정책을 펴고 국정 운영을 다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총리 지명 발표는 과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때와 달리 유 실장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국무총리를 따로 발표할 때 그렇게 했는데 장관까지 같이 한 것"이라며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심 수습용 원샷 쇄신에 무게를 두다 보니 장관 교체와 함께 발표되면서 문 대통령 대신 유 실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이낙연·정세균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이란 점에서 진작부터 마지막 총리에 비(非)호남 출신이 발탁될 것으로 점쳐졌다. 당초 지난해 말 정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그만둘 것이란 관측이 나올 때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 지명자다. 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여성이나 외부 인사를 발탁하기 위해 전방위로 후임자를 물색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7 재보선 참패로 더 이상 친문 색채가 강한 인사로는 민심 수습에 한계가 있는 데다 중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인사로 김 지명자가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합형 총리'란 의미와 함께 정권 말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해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는 여당의 요청도 반영됐다. 한 친문 의원은 "민심 수습을 위해 중도층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지명자가 마지막 총리에 오르면 역대 정권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총리가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진 첫 번째 사례다.

김 지명자는 유신 반대 운동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재야 운동권 출신 4선 국회의원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험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는 등 보수 텃밭인 TK 지역에서 활약하며 당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다시 낙선한 뒤 이후 치러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반일 종족주의'의 대표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처남이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이 문제로 공격을 받자 노 전 대통령처럼 "아내와 헤어지라는 말이냐"고 응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임성현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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