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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청문회까지 간 '뜨거운 감자' 대북전단금지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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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접경지역 주민 안전 위해 필요한 법"
반대 "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반인권적 법"
美 의회 청문회 개최로 논란 더 커질 듯


파이낸셜뉴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2020년 7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북전단을 들어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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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의회 산하 인권위원회가 청문회를 개최할 정도로 논쟁의 중심에 놓인 법이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법,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다. 법 개정 당시부터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등을 통해 갑론을박이 오갔던 전단금지법은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실린 데 이어 미 의회 청문회까지 앞두고 있다.

전단금지법에 찬성하는 이들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및 평화권 보장 △대북전단 금지법의 낮은 실효성을 근거로 든다. 반면 반대 측은 △표현의 자유 과도한 제한 △북한 주민 알권리 저해를 이유로 전단금지법 재검토를 주장한다.

미 의회 청문회 개최에 앞서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 시민들에게 전단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한국 시민과 접경지역 주민의 인권·평화를 위해 필요한 법"
찬성 측은 전단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평화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월요평화기도회, 가톨릭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파주지역 신부들은 15일 청문회를 개최하는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전단금지법은 한국 시민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접경지역 주민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보냈다. 또한 전단금지법이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을 제약한다는 논란을 적시한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와 관련, 미 국무장관에게 입장문·서신을 보내 대북 전단 살포는 금지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정부 또한 전단금지법의 취지를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 보호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그간 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은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과 같은 여러 인권적 가치들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 보호와 같은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주 등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전단 살포는 실존적 문제"라며 "북한 주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권과 평화권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방송이나 북중국경에서의 인권 활동 등 다른 방법도 있는데 굳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전단을 살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도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서 "2021년 1월 기준 약 286만명의 주민이 접경지역에 살고 있다"며 "지난 2014년 10월에는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이 연천에서 삐라를 띄워 북(한)쪽에서 고사포를 쏜 사건이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에서 전단금지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단 살포를 통한 북한 내 알권리 진작 효과가 미약하다는 의견이다. 전단지를 살포해서 전단지가 내륙으로 가고, 북한 주민이 전단을 토대로 외부 정보를 상당량 습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민족방송이나 라디오 등 북한 주민이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홍민 연구위원은 "전단을 보거나 소지할 경우 외려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아예 안 보는 경우도 있다"며 "의미 있게 지속성을 가진 콘텐츠라면 몰라도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담긴 전단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위험을 끼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약 2년 간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한 김모씨(27)는 "북한 군인이나 주민의 사상을 무력화한다는 취지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것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효과적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도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치졸한 행위'라고 본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워싱턴의 연방 국회의사당. 사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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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 북한주민 알권리 과도하게 제한하는 반헌법적·반인권적 법"
반대 측은 무엇보다 전단금지법이 시민으로서 보장 받아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한다. 대북전단을 제작해온 자유북한운동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전단금지법이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맞선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와 외부 세계의 정보를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 대표는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이는 '김여정 하명법'이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 개정 당시부터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전단금지법을 비판해 온 야권에서는 전단금지법이 "반헌법적, 반인권적, 반법리적 법"이라고 규탄한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듯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인권규약을 분명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에는 모든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우리 정부도 자유권규약을 1990년 7월에 발효했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미 의회 청문회 개최에 대해서도 "인권 후진국이 주요 대상이었던 위원회에서 한국이 만든 법안이 논의되는 것은 매우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며 "북한에 '이런 법을 만들었다'고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 안모씨는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법 개정을 통해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며 "법으로 계속해서 시민의 행동을 규제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 시행으로 북한 주민의 알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반대 측의 주요 논거다. 특히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주민에 외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 참여하는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내 일의 전부인데, 매우 중요한 이 일이 한국에서의 일로 중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2020 인권보고서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단체활동을 제약한다는 논란을 빚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 美 의회 청문회 큰 파장 예상.. 논란 계속될 듯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지 약 2주가 지난 시점, 미 의회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법을 두고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는 한국시간으로 15일 오후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화상으로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전단금지법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청문회가 실시되면 전단금지법이 다시 주목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 의회가 아닌, 국무부에서 '한국은 전단금지법을 재검토할 독립적이고 강한 사법 기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은 사실상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가 전단금지법 시행으로 악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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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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