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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비공식 대표단’ 대만 찾은 날…중국, 대만령 인근서 실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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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민주·공화 양당 대표란 상징성

미 ‘비공식’ 대표단의 공식적 행보

차이잉원 총통 예방, “등 돌리지 않겠다”

중, ‘주권 행사’…미국·대만 겨냥 군사훈련


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공식’ 대표단 일원으로 대만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1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예방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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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을 조금만 돌리겠습니다. 차이 총통께 절대 등을 돌릴 수 없거든요.”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말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15일 오전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이 예방한 대만 총통부 접견실 분위기는 ‘비공식’ 대표단이란 미국 쪽 설명을 무색케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환영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대만과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밝혔다”며 “그가 취임 이후 첫 대표단을 보낸 것은 대만과 미국의 동반자 관계가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차이 총통은 “대표단의 면면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의 표현처럼 지난 14일 대만에 도착한 미국 쪽 ‘비공식’ 대표단의 구성은 상징적이다. 도드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상·하원을 두루 거쳤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조지 부시 행정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신이다. 도드 전 의원이 미 의회를 대표한다면, 아미티지 전 부장관과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각각 공화·민주 양당을 대표한다는 뜻이다.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이 엿보인다.

차이 총통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대만 총통부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로 19분여 동안 생중계한 이날 접견에서 차이 총통이 내놓은 발언은 ‘특사단’을 맞이할 때처럼 ‘공식적’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최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반석 같은 지지’를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주 양국 당국자 간 접촉 확대를 허용하는 새 지침을 공개했다. 대만과 미국은 지난달 해안경비 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그룹 설치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양국 관계가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회복한 대만은 미국이 신뢰할 만한 경제·무역 동반자다. 산업공급망 안전 등과 관련해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며, 경제·무역 협력도 확대하길 기대한다.”

“최근 중국은 대만 주변으로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인도-태평양의 현상에 변경을 가하는 것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다. 대만은 미국을 포함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함께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모험주의적 행태와 도발을 저지할 준비가 돼있다.”

답사에 나선 도드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발언 역시 ‘비공식’의 수위를 훌쩍 넘어섰다.

“먼저 개인적으로 대만의 오랜 친구란 점을 밝힌다. 42년 전 대만관계법 입법 당시 하원의원으로서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움직였다. ‘초당적 대표단’이란 차이 총통의 평가에 공감하며, 감사한다.”

“오랜 친구인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 자리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확인한다. 미국과 대만의 동반자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대만과 공유하는 가치를 진전시키고, 번영과 안정을 이루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

“미국은 대만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란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대만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국 방어를 위한 대만의 노력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미 강력 경제협력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어 발언에 나선 아미티지 전 부장관이 내놓은 “차이 총통에게 절대 등을 돌릴 수 없다”는 발언은, 그래서 ‘미국은 대만한테 절대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말로 들린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지속시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른바 ‘가치동맹’을 연상시켰다.

중국 쪽은 미국과 대만 간 일체의 ‘당국 간 접촉’도 미-중 수교의 대전제인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미국 당국자의 대만 방문 때마다, ‘무력 시위’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부 장관의 대만 방문에 즈음해서도 대만해협에 인접한 동남부 푸젠성 육 해상에서 공격용 헬리콥터와 수륙양용 함정을 동원한 대대적인 상륙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관영 <북경일보>는 중국 해사국이 전날 자료를 내어 “15일부터 20일까지 6일 동안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남중국해 난펑열도 부근 해상에서 실탄 발사훈련을 실시한다”며, 선박 등의 주변 해상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훈련 예고지역은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 둥샤(프라타스) 군도 인근 분쟁 수역과 가깝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군사전문가의 말을 따 “이번 훈련은 대만은 물론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주권 선언’이자,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고 외세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라고 짚었다. 중국의 공세와 미국-대만 밀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세 불안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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