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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회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성소수자 박희연(왼쪽)씨와 이사모씨가 12일 오후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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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재판 1심에서 정직 판결을 받았던 지난해 10월 15일, 영광제일교회 신자인 이사모(가명ㆍ27)씨는 나쁜 생각을 했다.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판결문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이씨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판결문은 성소수자도, 교회도 지워버렸죠. 너무 아파서 담임목사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목사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사모씨가 죽으면 나 못 싸우죠. 끝까지 싸울 거예요.’ 그래서 나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성소수자 인정하는 교회 지키기 나서
성소수자는 개신교 교회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정체성이 드러나면 언어폭력을 당하기 일쑤다. 사정이 나은 교회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여겨진다.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없는 괴로움은 종종 생명까지 위협한다. 성소수자를 가르치거나 바꾸려 애쓰지 않는 교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영광제일교회 같은 교회는 귀하다. 트랜스젠더 신자인 이사모씨와 다성애자 신학생인 박희연(가명ㆍ24)씨가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교계 운동에 참가한 이유다.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 않는 성경 해석도 인정해야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성경에서 벌받은 동성애는 동성 성폭력을 의미한다. 사랑으로서의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성경에 대한 해석도 다양해졌지만 유독 한국의 목회자들은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해석을 고집한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스스로도 동성애를 신성모독으로 생각했지만 신학교에서 깨어있는 교수들의 다양한 해석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수님은 축복하러 오신 존재가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려가신 분이라고 배웠습니다.”
성소수자에게 냉혹한 교회들
그러나 그들이 경험한 교회는 성소수자에게 냉혹했다.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현실은 달랐다. 박씨는 정체성을 공개하자 날아왔던 싸늘한 눈초리와 따돌림, 언어적·물리적 위협을 기억한다. “학교에서 가까웠던 선배들과 동기들, 친구들은 모두 응원을 해줬는데 막상 교회에 갔더니 신자들은 소문 내고 다니더군요. 아 쟤 저거래, 쟤 레즈래, 아 개더러워,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하지만 양성애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아. 너는 양성애자지? 너는 어떤 교회를 가도 떳떳하지 못할 거야.”
이씨 역시 존재를 부정당했다. 성인이 됐을 무렵 다니던 교회의 목사에게 정체성을 알렸더니 다정한 매질이 돌아왔다. “아, 그래 나쁜 건 아니야. 아픈 사람도 차별하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영광제일교회에 가서야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여자 대신 성도라는 중성적 언어를 쓰죠.”
이사모씨가 자신에게 교회와 하나님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면서 손을 꼭 쥐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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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만 쳐다보며 방관하는 감리회도 비판
재판에 책임을 떠넘기고 사태를 방관하는 감리회 본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 목사가 지난해 말부터 목회활동을 금지당하면서 영광제일교회 신자들은 유일한 목사를 잃었다. 재판위원회가 행정적 실수 등으로 수차례 공판을 연기하면서 이 목사와 신자들만 괴로운 상황이다. 이씨는 “교회가 문을 닫으면 저는 어디로 가나요? 교인들은 어디로 가나요? 자랑스러운 감리교인의 한 명으로서 신앙생활을 해왔는데 감리회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매뉴얼도 없네요. 감독회장은 무엇을 하나요?”
이사모씨는 언제나 성경을 지니고 다닌다. 모서리가 너덜너덜하다. 한진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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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교회에 나가고 싶습니다
박씨는 이 목사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이 여느 개신교 신자들처럼 교회에 다니는 세상을 꿈꾼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생명과 삶을 내줬음을 알기 때문이다. 박씨는 “제게는 매달릴 사람이 하나님밖에 없었어요. 그분을 몰랐다면 저는 이미 세상에 없었을 겁니다. 믿는다는 말보다는 따른다는 표현이 맞아요. 더 이상 존재를 부정당하고 지워져서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와 교인들이 다양한 성경 해석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씨의 소망은 간단하다. 그는 그저 교회에 나가고 싶다. 전염병이 물러가고 목사가 돌아와 교회 문이 열리면 매일처럼 교회를 찾을 것이다. “감독회장님이 세상에 성소수자가 있고, 영광제일교회가 있고, 담임목사가 쫓겨나면 제가 나갈 교회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교인들이 동성애를 죄라고 여기더라도 축복은 죄가 아니라고만 생각해도 당장은 좋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랑은 말이라도 해볼 수 있거든요. 그것이 끝은 아니지만 괜찮음의 시작이죠.”
박희연씨기 신학교에서 다양한 성경 해석을 배우면서 성소수자를 정죄하던 과거를 후회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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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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