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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해설]37년만에 쪼개지는 SK텔레콤, 뉴ICT 숨통…11월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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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사업 나선 통신

뉴ICT, 반도체 키우는 투자사

"각각 영업익 1조 목표"

지배구조 개편 11월까지 마무리

직원 구조조정 이슈 없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1984년 차량전화 관리회사 한국이동통신서비스라는 작은 회사로 설립된 SK텔레콤이 37년 만에 두 개로 쪼개진다.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커머스, 모빌리티 등 새로운 ICT 사업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017670)(대표이사 박정호)은 현재의 회사를 통신사업을 모태로 하는 ‘AI & Digital Infra 컴퍼니 (SKT 존속회사)’와 투자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 (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다고 14일 발표했다. 회사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텔레콤’을 떼는 게 유력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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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과 신성장 분리…반도체 투자는 중간지주사에서


SK텔레콤이 회사를 사업회사(존속회사)와 투자회사(신설회사)로 분리하게 된 것은 국내 1위인 이동통신에 묻혀 신성장 부문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사업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박정호 사장은 통신(MNO)을 맡는 코퍼레이트 1센터와 신규 사업을 맡는 코퍼레이트2센터로 나눠 운영돼 왔는데, 이제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기로 한 것이다.

통신에 기반한 ‘AI & Digital Infra 컴퍼니(SKT 존속회사)’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을 자회사로 둔다. 5G 리더십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투자 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 (SKT 신설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는다. 회사 측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 활발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전히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조항때문에 하이닉스가 글로벌 유망 회사를 인수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회사가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회사는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IPO를 앞둔 뉴ICT 회사들을 자회사로 둔다. 앞으로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다만, 데이터기반 홈쇼핑 사업자인 SK스토아는 존속회사 아래에 있을지, 투자 회사 아래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

박정호 사장은 이날 오후 열린 임직원 설명회에서 “양쪽 회사 모두 영업이익 1조, 1조가 되는 우량 회사가 될 것”이라며 “투자회사에 제 역할이 많지 않을까 한다. 모빌리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르며 코스피(KOSPI)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다. SK텔레콤 5G 가입자는 올해 2월 기준 약 635만명(점유율 약 46.5%)으로 1등 리더십을 굳건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뉴ICT 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은 2020년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SK㈜와 합병 계획 없어…지배구조개편 11월 마무리

박 사장은 직원 설명회에서 이례적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와의 합병설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알짜 ICT 자회사들을 모은 투자회사가 SK㈜와 합병할 경우 대주주만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회사 측은 11월 설립 목표인 ‘AI & Digital Infra 컴퍼니 (SKT 존속회사)’와 투자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 (SKT 신설회사)’의 비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25분 정도 동안 진행된 직원 설명회에서 박정호 사장은 “떨어져 있으면 장점도 있다. 쪼개진다고 해서 등을 돌리고 협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유영상 MNO 사업대표는 “11월 출범 전까지 비전이나 조직 등에 대해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두 회사로 갈라지지만, 직원들 구조조정 이슈는 없다. 투자회사로 옮기는 직원은 총 5262명의 직원 중 100명 정도다. 게다가 회사는 원하지 않는 직원은 강제로 투자회사로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두 개 회사가 품는 자회사들 배치와 10%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 여부 등은 이후 이사회에서 6월 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간지주사(투자회사) 아래에 ICT 핵심 자회사들도 가게 되면서 SKT 주주들에게 다소 불리한 면도 있어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이익 보호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정부 심사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통신사업을 하는 사업회사가 존속법인이 돼 최대주주 변경은 없고 이리되면 정부가 새롭게 인허가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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