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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에 외화 송금 급증…“자금세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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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들 비트코인 차익거래 의심되면 송금 거절

한겨레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의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이날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1비트코인에 8100만원을 넘어 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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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외국인의 차익 거래가 최근 늘면서 관련 외화 송금도 급증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 같은 거래 행태가 자금세탁에 활용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의심 거래는 송금을 거절하는 등 자체 관리에 나섰다.

14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의 설명을 들어보면, 각 은행은 지난주 가상화폐 차익 거래 관련 해외 송금 업무 시 지켜야 할 유의사항을 일선 지점에 보냈다.

주요 내용은 가상화폐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로 의심될 경우 송금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의심 거래 유형은 평소 자사 은행 거래가 없는 고객이 갑자기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여러 명의 외국인이 동일한 계좌로 송금 요청하는 경우 등이다.

실제 이달 들어 외화 송금 거래액이 크게 늘었고 특히 중국으로 보내는 돈이 폭증했다. 지난달 5개 은행에서 중국으로 송금한 돈은 총 940만달러인데, 이달 들어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중국으로 보낸 돈은 7230만달러로 여섯 배가 넘는다.

은행들은 대체로 비트코인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로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이 중국 거래소보다 10% 높다고 가정하면,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1천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산 뒤 계좌이체를 하는 것처럼 한국의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전송하고, 국내 거래소에서 1100만원에 팔아 현금화한다. 이렇게 쥔 돈을 다시 중국으로 보내 1100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사고, 다시 한국으로 전송해 10% 높은 1210만원에 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 시세 비교 사이트인 ‘크라이프라이스’를 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선 8120만원 수준이지만, 거래량이 세계 최대인 바이낸스 거래소에선 6만4600달러(7211만원) 수준으로, 한국 시세가 12% 이상 높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린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외국인 또는 비거주자가 1회 5천달러, 연 5만달러 이내로 해외 송금을 하면 별도의 서류 증빙이 필요없다. 은행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이 점을 노리고 여러 사람의 명의로 건당 5천달러 이하씩 쪼개기 송금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은 비트코인 거래가 범죄 행위나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고객확인의무, 자금세탁방지규정 준수 차원에서 송금을 거절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를 하려면 증권회사 등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통해서만 송금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어, 이를 근거로도 비트코인 시세차익 의심 거래는 송금을 제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문제가 불거지면 은행은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받고 미국과는 거래도 못 할 정도로 제재가 심하다”며 “은행들은 현재 자체적인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당국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외환거래법상 미신고 규정을 악용해 연간 5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수십 차례 분산 송금하더라도 하나의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미신고 자본거래에 해당해 과태료나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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