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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그래픽기능사 실기 보러갔더니 10년전 버전… 황당한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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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단종된 SW 버전으로 치러
최신 버전과 기능차 1000개 이상
취준생도, 기업도 "시간 허비"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예산 부족"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시험이 약 10년 전 출시한 소프트웨어(SW) 버전으로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재 많은 응시자가 자격검정 시행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이 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공단 측은 고가의 SW라서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 개발자를 중심으로 웹·그래픽 디자이너, 디지털 마케팅 등의 인력에 대한 채용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직이나 전공을 바꾸는 도전까지 불사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하는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공단 내 20여군데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이 시험장의 PC에 설치된 그래픽 SW인 어도비 프로그램이 대부분 약 10년 전 출시된 CS3 또는 CS4 버전이다. 당연히 최신 버전인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CC) 버전과 상당한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버전들은 이미 단종돼 일반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자격증을 취득한 A모씨는 "상위 버전으로 공부하다 막상 시험장의 옛날 버전을 사용하면 메뉴 등 사용자환경(UI)에 적응하기 힘들고, 편하게 사용하던 고급기능을 사용 못해 시간도 많이 허비해 실기시험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 자격증을 공부하려면 집이나 회사 PC에 하위버전을 불법으로 설치해야 한다. 어도비에서 기술지원이 종료된 지 최소 7년 이상이 돼 보안이슈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윈도10 버전과 호환성 문제로 파일이 저장되지 않거나 다운되는 등 시스템과의 충돌이 야기된다.

이 외에도 윈도 하위 버전을 설치해서라도 이 SW를 사용하려면 윈도10만큼의 강력한 보안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채용기업 입장에서 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이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한 기업은 현장에서 사용 중인 최신 버전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재투자해야 한다. 최신 버전과 기능이 1000개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취직이나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다시 최신 버전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SW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에서도 SNS, 유튜브 등을 통한 정책 홍보를 위해 담당자를 많이 채용하면서 최신 버전 SW를 많이 구매하고 있다"면서 "정작 정부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채용한 후에 다시 교육시키거나 공부를 하게 시간을 줘야 하는 모순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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